고려시대의 불화.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93.8㎝, 가로 51.2 cm. 호암미술관 소장. 천수천안관음(Sahasrabhuja-avalokitesvara)은 몸에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관음보살로 보통 천수관음이라고 부른다. 변화관음이 흔히 갖는 다면다비(多面多臂)의 모습을 발전시킨 것이다. ‘천이’라는 것은 무한의 수를 나타낸다고 보아 관음의 자비력을 최대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수천안경 千手千眼經)≫에 의하면 이 보살은 “과거세에서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비심다라니(大悲心陀羅尼)를 듣고 환회하며,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몸에 천수천안이 생겨나게 하라.”고 원하여 천수천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원에 의하여 천수관음은 천 개의 자비로운 눈으로 중생을 응시하고 천 개의 자비로운 손으로 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무한한 자비로움으로 인해 대비관음(大悲觀音)이라고도 불린다.
천수관음 신앙은 우리 나라에서도 8세기부터 널리 신앙되고 제작된 것 같다. 지금은 없지만 ≪삼국유사≫에 기록된 분황사(芬皇寺)의 벽화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는 매우 유명했던 것이다. 이 관음도가 영험이 커서 눈먼 아이의 눈을 뜨게 한 기적을 나타내었다는 일화가 기록될 정도이다.
천수관음의 형상은 매우 다양하다. 경전에 의하면, 천안·천수·천설·천족·천수의 표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의 조상에서는 대부분 11면의 얼굴에 천 개의 손을 지니며, 그 천수의 손바닥에 각기 하나의 눈을 갖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일본 당초제사(唐招提寺) <천수관음상>과 같이 실제로 천 개의 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흔히 좌우 2손 외에 양쪽 20개씩 40개의 손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이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지옥에서 천상까지의 육도가 25계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하나의 손이 25계의 중생을 구제한다. 그래서 숫자상으로는 천 개의 손과 같은 것이 된다.
40개의 손 각각에는 눈이 표현되어 있고, 매 손마다 각기 다른 지물을 들고 있다. 이 <천수관음도> 역시 정상의 화불수(化佛手) 외에 광배(光背 : 회화나 조각에서 인물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머리나 등의 뒤에 광명을 표현한 둥근 빛) 안에 각기 다른 지물을 든 40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을 무수한 작은 눈으로 채워 천안(千眼)을 표현하였다.
정면관(正面觀 : 앞에서 바라본 모습)의 관음은 바위 위에 피어난 연화좌 위에서 결가부좌하였다. 연화좌의 각 꽃잎은 영락(瓔珞 :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대좌 앞에도 만개한 연꽃이 배치되어 있다.
화면 왼쪽 구석에 부인형의 선재동자(善財童子 : 求道의 보살 이름)가 합장하며 관음을 우러러보고 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 구석에는 바위의 부분이 표현되어 있어 화면은 관음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적인 구도를 이루고 있다. 얼굴은 본 얼굴과 좌우에 2면 그리고 머리 위에 5면·2면·1면의 얼굴이 3단으로 이루어져 모두 11면을 이루고 있다.
둥근 얼굴에 표현된 호형(弧形 : 활 모양)의 눈썹, 지긋이 반개한 눈, 작은 입과 수염 등은 전형적인 고려 불화의 존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불화는 화면이 더럽히고 손상되어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현존 예가 매우 드문 천수관음도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고려시대의 천수관음도로 주목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