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로 작자의 문집인 『석주집(石洲集)』에 수록되어 있다. 칠언(七言)이 주조를 이루나 사언과 오언이 뒤섞여 있다. 모두 72구, 414자로 되어 있다. 작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모순과 느끼는 울분을 가장 잘 드러낸 시다.
작자는 이 시에서 중국 역대의 사례를 끌어와 이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를 고발하였다. 재주 있는 사람이 꼭 쓰이는 것이 아니고, 덕 있는 사람이 꼭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사람이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이 꼭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벼슬길에는 험난함이 많고 얽매임도 많고, 부귀에는 투쟁이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작자는 결국 대궐보다는 맑은 바람 부는 북쪽 창 아래서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낫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 속에는 재주와 능력을 갖추고도 때를 얻지 못하여 불우하게 인생을 끝낸 역사상의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의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고, 작자 자신도 이들 인물과 동일화(同一化)되어 있다.
시의 첫머리에 10구에 걸쳐 계속되는 어찌 ‘하(何)’자에서, 작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큰 고뇌를 하고 있는 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시에서 작자의 인생관 세계관 등을 알 수 있다. 모순으로 어우러진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지내려는 작자의 자세에서 노장적(老莊的)인 면모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