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보령(保寧) 출생. 1957년 연세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공군에 입대 후 전역해서 1966년부터 1977년까지 공주교육대학에서 10여 년간 교수직을 역임 후 사임했다.
대학 재학 중 1956년 ≪문학예술≫에 단편 <포인트>·<단면>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포인트>(1956.5)·<제1장>(문학예술, 1957.3)·<농군>(현대문학, 1957.3)·<사각 死角>(사상계, 1958.8) 등 초기 단편들은 밑바닥에 깔린 야유적인 시니시즘의 불건강한 특징이 드러나지만, 1960년대 이후는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가 거세되고 새로운 문학세계를 다양하게 개척해 갔다.
전체적인 틀이 불안정하고 위악적이며 미성숙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상투적이지 않은 독특한 신선감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그 후 작가 자신이 꾸준히 노력하여 성숙하고 다양한 작품을 씀으로써 초기의 문제점들을 극복해서 무게 있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등단 작품 <포인트>에서는 백화점 점원인 아내의 덕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아내에 의해서만 인정을 받는 작가에 불과하다. 항상 어른 같은 아내에 비해 자신은 어리다고 느끼며, 아내에 의해 주도되는 삶을 살아간다. 영장이 나오자 그는 아내 몰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책을 팔러간다. 돌아와서 절망하고 슬퍼하는 아내를 보며 어리기만 했던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기 위해 아내를 동반해서 외출한다.
간결체에 의한 빠른 호흡과 템포가 소설 전반에 생동감을 보여주며 사건과 의식의 긴박한 전개를 가능하게 해서 딴 소설에서 감지할 수 없는 신선한 매력이 풍긴다. 자기 야유나 희화를 통해서라도 아내에 대한 외경을 극복하고, 자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러한 초기 작품의 경향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품의 경향은 한층 성숙되어 그 깊이를 더해 갔다. 이를테면, 단편소설 <녹색의 우울>(현대문학 1964.10)·<무서운 여름밤>(신동아, 1965.8)·<건곤 乾坤>(현대문학 1965.9)·<나영 裸泳>(현대문학, 1973.4)·<어떤 조후(兆候)>(문학사상, 1984.6) 등과, 장편소설 <형성기 形成期>(1972)·<그 어둠의 종말>(1980)·<사랑의 섬>(1983)·<자라나는 탑(塔)>(1985)·<악령의 늪>(문학사상, 1989.5) 등이 그러하다.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 <악령의 늪>은 인간의 육신에 깃들어 있는 ‘악령’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고 그 ‘악령의 늪’에서 어떻게 헤쳐 나올 것인가를 진지하게 추구한 작품이다. 모진 고문 끝에 실어증에 걸려 버린 운동권 학생과 그 아들로 인해 사회에서 매장된 아버지, 그리고 그림자처럼 그들을 감시하는 사내와 이들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비극은 언제 끝날 것인가를 되묻는 작품이다.
소설집으로 ≪겨울 잠행(潛行)≫·≪나방과 거품≫·≪포인트≫·≪새벽기행≫ 등을 간행하는 한편, 번역에도 정력을 쏟아 ≪현대소설의 이론≫·≪단편소설의 이론≫·≪소설의 수사학≫·≪로만주의의 재조명≫·≪시학≫ 등의 번역서를 남겼다.
상훈으로 ≪현대문학≫ 신인상· 대한민국문학상· 박영준문학상·조연현문학상·대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