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정 계곡의 명칭은 1784년(정조 8) 손성을(孫聖乙)이 건립한 정자인 ‘침수정(枕漱亭)’에서 유래했다. 침수(枕漱)는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로 이를 닦는다’는 뜻의 ‘침석수류(枕石漱流)’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이 일대는 계곡물이 옥처럼 맑고 투명하여, ‘옥계(玉溪)계곡’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옥계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은 예로부터 ‘남반구북옥계(南盤龜北玉溪)’라 불리며, 조선 동남부의 대표적 경승지로 꼽혀 왔다. 손성을은 침수정을 중심으로 세심대, 삼귀담, 병풍대, 진주암, 학소대 등 주변 지형지물 37곳에 이름을 붙여 ‘옥계 37경’으로 명명했으며, 침수정 맞은편 기암절벽에는 ‘산수주인 손성을(山水主人孫聖乙)’이라는 각자를 새기기도 했다.
침수정 계곡 일원은 팔각산[632.7m], 바데산[645.8m], 동대산[792.4m] 등 산지에 둘러싸인 지역으로, 총 면적은 6만 109㎡에 달한다. 오십천의 제1지류인 대서천과 그 지류인 가천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다. 이곳은 청송 얼음골에서 발원한 가천이 대서천과 합류하는 구간으로, 주변의 암석 산지를 깊게 침식하며 형성된 감입곡류 지형이다.
계곡의 지질은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암으로 구성되며, 기반암인 신라층군의 보경사반암류는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여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이로 인해 침수정 계곡에는 오랜 시간 동안 침식이 진행되며 형성된 수직 절벽, 기반암 하상, 기암괴석, 폭포, 소(沼), 포트홀(pothole) 등이 곳곳에 발달해 장관을 이룬다.
계곡 주변은 소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등 온대성 활엽수 혼합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계곡의 암벽 틈에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인 둥근잎꿩의비름이 자생해 생태학적 가치 또한 높다.
조선시대에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계곡에 정자를 짓고 학문과 수양에 전념하던 공간을 ‘동천(洞天)’이라 불렀으며, 침수정 계곡 일원 역시 경상좌도 동천구곡의 하나로 꼽힌다. 18~19세기 여러 문인의 시문과 기문에도 이 일대의 경관이 자주 등장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산수화와 같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침수정 계곡 일대는 이러한 역사 · 문화적,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3년 9월 29일 ‘침수정계곡일원(枕漱亭溪谷一圓)’이라는 명칭으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어 2022년 2월 25일 ‘영덕 옥계 침수정 일원’이라는 명칭으로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