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목판본. 제자 설서(雪栖)가 편집하였다. 권상은 상당법어(上堂法語) 9편, 시중(示衆) 1편, 일반법어(一般法語) 22편, 저자의 역작인 가음명(歌吟銘) 6편, 권하는 가송(歌頌) 109편, 찬문(讚文) 12편, ≪백장청규 白丈淸規≫ 간행에 대한 발문(跋文) 1편, ≪치문경훈 緇門警訓≫을 중간(重刊)하는 서문(序文) 1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가음명은 <태고암가 太古庵歌> · <잡화삼매가 雜華三昧歌> · <산중자락가 山中自樂歌> · <운산음 雲山吟> · <참선명 參禪銘> 등이다. 이 중 <태고암가>는 저자가 41세 되던 1341년(충혜왕 복위 2) 삼각산 중흥사(重興寺)에 태고암을 짓고 5년을 안거(安居)하면서 그 본연(本然)의 소식(깨달음의 경지)을 노래로 읊은 것이다.
이 노래는 정서가 깊고 내용이 절절하여 초심자(初心者)에게나 도에 깊이 들어간 자 모두에게 진리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하는 지침이 되고 있다. ≪서장 書狀≫보다 진리적이고, ≪신심명 信心銘≫보다 정서적이며, ≪벽암록 碧巖錄≫보다 의지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 노래의 내용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① 본연(本然)의 세계는 국한이 없고 분별이 없으되, 태고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만나 여여부동(如如不動)한 자리를 찾는 데 있다. 그것은 다시 지금을 비추어주는 능력이 된다는 의지(意旨)이다.
② 그 본연의 세계는 방하착(放下着)하여 망상을 버리고, 달빛이 차가워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스칠 때까지 정력(精力)을 다하는 노력이 긴요함을 강조하였다. ③ 본래 없는 본연 속에서 청빈을 지키는 것이 승려의 본분이요 나갈 길이니, 힘써 수도하면 살 길은 자연 부처님이 보장해 주므로 부지런히 닦을 것을 권한다.
그동안 선가(禪家)에서는 염불과 노래를 중시하지 않았는데, 이곳에 암시된 구절을 보면 염불과 정서에 차 있는 호탕한 노래를 즐겼던 점이 특이하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참선과 염불의 수행방법에 대한 지침 등 일관된 중요사항들이 있다.
참선의 방법으로는 간화선(看話禪)에 의거하고 있고, 간화의 방법은 만법귀일(萬法歸一)로 큰 망상을 떨쳐버린 후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화두를 드는 것이 일반적이며, 무불성 화두를 드는 때인 간화경계(看話境界)중에는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구자무불성 화두는 해결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삼세제불(三世諸佛)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다른 선가의 스승들과는 달리 특별히 염불에 관한 본의(本意)를 제시하고 수행방법 중 필수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마음 밖에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 마음이 없으며, 마음과 부처와 중생의 세가지가 본래 차별이 없는 것이므로, 진심으로 염불하면 자성미타(自性彌陀)가 될 수 있고, 항상 아미타불을 염하여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면 결국 화두를 깨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대오(大悟)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였다. 즉 염불을 방편적 화두로 본 것이다.
또한 종파불교의 대립과 모순을 지양해야 한다는 큰 염원에서 선과 교의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일이 없이 겸수(兼修)할 것을 주장하였고, 종무행정(宗務行政)의 면에서도 구산원융(九山圓融) · 오교홍통(五敎弘通) 등 선교원융의 자세를 취하였다.
이 책은 정몽주(鄭夢周) 등으로부터 차원 높은 사상이 담긴 문헌으로 평가되었으며,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사상적 연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저술이다. 고간본(古刊本) 및 소장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현대판으로는 이종욱(李鐘郁)이 1940년 월정사(月精寺)에서 간행한 ≪태고집 太古集≫과 ≪한글대장경≫ 제153 등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