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의 번식에 쓰이는 씨앗을 심는 것을 넓은 뜻에서 파종이라고 하지만, 대체로는 종자나 이와 비슷한 씨앗을 뿌려 심는 것을 의미한다. 영양기관 등을 번식용으로 쓰는 경우에는 재식(栽植)·정식(定植)·삽식(揷植) 등으로 부르고, 볍씨를 물못자리에 파종하는 것은 낙종(落種)이라고도 한다.
파종시기는 작물의 종류 및 품종에 따라 다를 뿐더러 재배지역·작부체계·토양조건·재해조건·출하기·노력사정 등에 의하여 정해진다. 월동작물은 보통 가을뿌림하며 여름작물은 봄뿌림하는데, 월동작물이라도 내한성(耐寒性)이 강한 호밀은 가을보리나 밀보다 더 만파(晩播:씨를 늦게 뿌림)에 적응하며, 내한성이 약한 쌀보리는 만파적응성이 약하다.
월동작물이라도 내한성이 약한 봄보리는 봄뿌림한다. 감자는 평지에서는 이른 봄에 파종하나 고랭지에서는 늦은 봄에 파종한다. 작부체계상 콩·고구마를 홑짓기할 때에는 5월에 심지만 보리뒷그루로 할 때에는 6월 하순에 심는다.
벼의 경우 일모작을 할 때는 5월 중순∼6월 상순에 이앙하나, 맥류와 이모작을 할 때에는 6월 하순∼7월 상순에 이앙한다. 벼는 보통 이앙하기 30∼40일 전에 파종하고 육묘하여 이앙하는데, 단작의 경우 이앙기는 1910년경에 비하여 최근에는 20일 이상 앞당겨지게 되었다.
파종양식에는 흩어뿌림〔散播〕·골뿌림〔줄뿌림, 線播〕·점뿌림〔點播〕·적파(摘播) 등이 있다. 옛날에는 땅을 평평하게 고른 뒤 흩어뿌림하였으나,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랑을 세우고 이랑 위에 파종하는 농종법(壟種法)으로 발전되다가 월동작물에 있어서는 겨울철 작물의 동사(凍死)와 봄철의 가뭄 피해를 피하기 위하여 이랑 사이의 골에 파종하는 견종법(畎種法)으로 분화되었다.
이와 같은 파종법의 발달은 쟁기의 사용과 더불어 발전된 것으로, 『농사직설(農事直說)』에 따르면 15세기 초에 이미 농종법과 견종법이 관행되었고, 만종법은 대마(大麻)에 한해서 실시되었다. 최근에는 같은 파종법이라도 기계에 의한 파종법이 쓰이게 되어 생력화와 파종밀도의 균일성을 제고하고 있다.
파종량은 수량과 품질을 최상으로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파종량이 적으면 수량이 감소하고 또한 잡초의 발생이 많으며, 토양의 수분과 비료분의 이용도가 낮아지며 성숙이 늦어져 품질이 저하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파종량이 많으면 지나치게 무성해서 수광태세가 나빠지고 식물체가 연약해져서 쓰러지거나 병충해나 가뭄의 해가 조장된다.
파종량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작물의 종류, 종자의 크기, 파종시기, 재배지역, 재배법, 토양 및 거름 상태, 종자의 발아율 등이다. 상추·담배·목초 등 종자가 잘고 호광성(好光性)인 것은 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얕게 복토하며, 그 밖의 종자들도 종자의 크기에 따라서 복토의 깊이를 조절한다.
즉, 알이 잔 채소류는 0.5∼1㎝, 화곡류는 1.5∼2㎝, 맥류는 2∼3㎝, 두류는 3∼4.5㎝, 감자·토란은 5∼6㎝, 수선화·튤립 등은 10㎝ 정도로 한다. 토양이 가볍고 건조하거나 동해 또는 서리의 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깊게 복토하고, 토양이 질고 무거우면 얕게 복토하는 것이 좋다. 한편, 종자를 뿌리고 복토의 전이나 후에 종자 위를 가압(加壓)하는데, 이는 토양수분을 얻어 발아를 조장할 목적으로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