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10cm. 1993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남해 바닷가에 면한 해발 850m의 금오산 정상 부근의 거대한 자연 암벽에 그려진 선각마애불좌상(線刻磨崖佛坐像)이다.
불상은 앞면이 ㄱ 모양으로 터진 거대한 바위의 한 면에 조각되었다. 이 바위 위로는 커다란 또 다른 바위가 천장처럼 덮어씌워져 예배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는 불상이 선각(線刻 : 선으로 새김)된 바위 면과 각을 이루는 면에 천장 높이까지 돌담을 쌓아 ○ 모양으로 형성된 예배 공간을 마련하였다.
불상의 오른쪽 벽면에는 단순한 형태의 9층탑이 선각되어 있어 흥미롭다. 바위 벽 중앙에 자리한 불상은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좌상으로 선각의 깊이가 얕은데다 표면이 마모되어, 앉은 자세나 수인(手印) 그리고 착의(着衣) 형식 등 세부를 정확히 알아보기는 어렵다.
소발(素髮 : 민머리)의 머리에 아담한 육계(肉髻 :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가 얹혀졌다. 육계 정면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은 마치 중앙 계주(中央髻珠)처럼 나타냈는데, 어떤 의도에서 표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얼굴은 넓적한 타원형으로 상호(相好 : 얼굴 형상)는 손상을 입어 알아보기 어렵다. 목은 짧으나 삼도(三道)는 표현되었다. 넓은 어깨에는 통견(通肩 : 어깨에 걸침)의 법의(法衣 : 중이 입는 가사나 장삼 따위의 옷)를 걸쳤다. 목깃이 가슴 아래로 길게 늘어지고, 배 앞에서 몇 단의 주름을 형성하였다.
두 손은 가슴 앞에 모아져 있다. 정확한 형태는 알 수 없으나, 양손의 각 엄지와 장지를 맞닿아 손목을 가까이 대고 있는 모습이다. 전법륜인(轉法輪印 : 두 손등을 맞대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은 서로 얽고,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돌려 오른손의 손바닥에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맞댄 모습)과 비슷한 손 모습을 취하였다.
무릎의 높이는 비교적 낮은 편이나, 무릎 폭이 상체와 비례하는 적절한 너비로 안정감 있게 앉아 있다. 광배(光背 : 회화나 조각에서 인물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머리나 등의 뒤에 광명을 표현한 둥근 빛)는 원형의 거신광(擧身光 : 부처나 보살의 온몸에서 나오는 빛)이다.
내부에는 역시 원형의 두광(頭光 :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이 음각선으로 표현되었고 아무런 조식(彫飾 : 잘 다듬어 꾸밈)도 하지 않았다. 대좌(臺座) 위로는 상현좌(裳懸座 : 불상의 옷주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대좌)처럼 휘장이 늘어져 있다.
그러나 불의(佛衣)가 늘어진 것이 아니라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 위로부터 흘러내려 오는 특이한 형태이다. 불상을 새긴 음각선이 정교하고 치밀한 것은 아니나, 단정 근엄한 인상에 약간 길어진 상체와 신체 각부의 비례가 비교적 적절한 점 등 고려시대 후반기 불상의 양식을 반영한 불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