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사신론(國史新論)』(태성사, 1960)을 모태로 했는데, 처음 출판된 것은 1967년(일조각)이었다. 그 뒤 개정판(1976)을 거쳐 신수판(新修版)(1990)으로 거듭 수정 보완되었으며, 한글판(1999)도 나왔다. 영어 · 일본어 · 중국어 · 스페인어 · 러시아어 등 여러 나라의 말로도 번역된 바 있다.
이 개설서는 사회적 지배세력의 변천 과정을 기준으로 삼아서 한국의 역사를 열 여섯 시대로 나누어서 대세를 파악하고 있다. 독자적인 지배세력이 있는 각 시대는 저마다 독특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사의 전개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경향을 지적하였다. 즉, 처음에는 지배층 가운데에서도 더욱 유력한 정치세력이 정치적 권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서술된 이 책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특징을 가진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처음으로 지배세력의 변화에 주목해 그 다름을 기준으로 시대를 나누어 한국의 전체 역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점이다. 설명이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로써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도 책의 진가를 높여 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 책이 독특하고도 명확한 역사인식의 토대 위에서 쓰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에 있어서 보편주의의 입장에서 한국사를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은 세계사의 보편성을 한국사에 적용해 한국사의 특수성을 세계사에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한국사의 특수성에서 세계사적 보편성을 찾아내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