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생. 호는 향정(香庭). 아버지는 한석명(韓錫命)이다.
부산 봉래보통학교를 거쳐 1937년 부산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처음에는 화가를 지망하여 일본인 아라이(荒井筏久代)에게 사사(師事)하기도 하였다. 18세 때 결핵으로 요양을 할 때 김말봉(金末峰)의 장편소설 「밀림(密林)」의 삽화를 그린 바 있다.
1940년 김진흥(金振興)과 혼인한 뒤 엄한 집안의 며느리로서는 그림 그리는 일이 불가능해지자 작가로 전향하게 되었다. 1942년 『신시대(新時代)』 장편소설 공모에 「등불 드는 여인(女人)」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뒤이어 조선연극협회 작품 모집에서 희곡 「마음」(1943)과 「서리꽃」(1944)이 각각 당선되기도 하였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은 부산의 『국제신보』 장편소설 공모에 「역사(歷史)는 흐른다」(1948)가 당선됨으로써 비롯된다.(『국제신보』 폐간으로 『태양신문(太陽新聞)』에 연재됨) 이 소설은 동학군(東學軍)에게 학살된 군수(郡守) 집안의 두 아들과 딸 하나가 격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준 수작이다.
「역사는 흐른다」는 우리 근대사의 큰 흐름을 다룬 것으로 초기 소설을 대표하고, 중기에는 인간의 심층심과를 추구한 「월훈(月暈)」(1956), 「감정(感情)이 있는 심연(深淵)」(1957) 등이 있다. 그 뒤에는 한국의 고유한 여인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 「유수암(流水庵)」 (1963)·「생인손」(1972)·「송곳」(1982) 등이 후기 작품의 성향을 담고 있다.
소설 「감정이 있는 심연」으로 1957년 자유문학상을 받았고, 1973년 신사임당(申師任堂)상을 받았다.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1980∼1982), 한국소설가협회 대표위원(1980∼1983)과 예술원회원을 역임하였다.
작품집으로 『월훈』(1956)·『감정이 있는 심연』(1957)·『축제(祝祭)와 운명(運命)의 장소(場所)』(1963)·『우리 사이 모든 것이』(1978)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빛의 계단(階段)」(1960)·「석류나무집 이야기」(1964)·「만남 상·하」(1986)·「생인손」(1987) 등이 있다. 유작으로 『한무숙문학전집』(전5권)이 한무숙의 일주기(一週忌)에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