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필사본. 기존 국문본 「춘향전」을 순한문으로 개작한 것이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형식면에서는 중국의 「서상기(西廂記)」를 모방한 연희본(演戱本)이다. 저자는 원각사의 공연을 위하여 지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공연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전체 분량은 33장이다. 각 장은 24행, 각 행은 20자 내외이다. 「춘향전」의 서사단락에 따라 본문은 12회로 나누어져 있다. 본문의 앞과 뒤에는 각각 출장연담(出帳演談)이 붙어 있다.
서두의 출장연담은 일종의 개막인사로서 작품의 개략을 소개하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을 밝힌 다음 청중들에게 인사의 말을 덧붙이고 있다.
본문은 제1회 이도령의 광한루 구경, 제2회 이도령과 춘향의 만남, 제3회 이도령이 집에 돌아가 글 읽는 장면, 제4회 이도령과 춘향의 초야경, 제5회 부친을 따라 상경하게 된 이도령이 춘향집을 찾아가 한탄하는 장면, 제6회 오리정에서의 이별, 제7회 신관사또의 도임과 기생점고 및 수청요구, 제8회 이도령의 등과와 암행어사 제수, 제9회 이도령이 남원으로 내려오는 장면, 제10회 이도령이 옥에 갇힌 춘향을 면회함, 제11회 신관사또의 생일잔치와 어사출또, 제12회 신관의 봉고파직과 춘향 석방 등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에 붙은 출장연담에서는 춘향과 이도령의 후일담을 전하고, 청중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나온다.
「한문연본춘향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도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춘향을 기생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춘향전」의 경판계(京板系)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춘향전」의 한 이본으로서 가지는 특성은 개화기 이후에 나온 순한문 작품이라는 점이다.
여규형은 이 작품 안에서 한문학의 다양한 양식들을 수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당시에도 한문학의 독자층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하여준다.
「한문연본춘향전」은 당시의 한문학자들이 서민문학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또한, 「춘향전」의 이본 가운데에 유일한 한문 연희본이라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춘향전」의 연극적 측면은 판소리·창극·연극 등을 통하여 잘 드러나 있지만 정작 연극대본으로 남아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 작품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서 연극대본으로서의 실용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 그러나 읽는 희곡으로서는 그 가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