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줄범이나 표범을 차별 없이 호랑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표범의 가죽그림도 표피도(豹皮圖)라고 하지 않고 호피도로서 통용되고 있다.
호피도는 단폭으로 된 것도 옛날 도록에 나와 있으나, 근래에 발견된 것들은 모두가 다 연결되어 8폭병풍으로 꾸며져 있다. 호랑이 털무늬를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주로 황색으로 처리하고 있으나, 묵화로 된 자료도 발견되었다.
얼핏 보아서 단순한 장식화같이 보이지만, 서양의 호피문 벽지와는 달리 이 속에도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은 문헌상의 기록보다도 민속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인다.
옛날 혼례식 때 신부의 가마뚜껑으로 호피무늬 담요를 벽사용(辟邪用)으로 사용한 것은 상식화된 일이었으며,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유물도 많이 남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다한 호랑이미술이 역사를 이룩하였지만 호피도의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민화의 호피도는 세계문양사·미술사에 독창적인 큰 공헌을 하였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