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은 1908년, 하권은 1910년 유일서관(唯一書館)에서 간행하였다.
시집간 지 몇 달 만에 청상과부가 된 여성이 새로운 결단 속에 개명한 청년과 재혼하는 획기적인 이야기를 제시한 상권에서 작가는 신소설사에서 빛나는 태희라는 전형적 성격을 창조하였다.
태희의 아버지 이직각(李直閣)은 북촌 명가의 후예로 얼개화꾼이다. 그는 딸을 학교에 보냈지만 신념에서 우러난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태희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양반만 취하여 수구파인 영평(永平) 홍 생원의 아우와 강제로 혼인시킨다. 원래 홍 생원은 북촌 명문 홍 판서의 아들로 낙향한 몰락 수구파이다.
개명한 여성 태희는 완고한 시집에서 청상으로 고통받다가 『제국신문(帝國新聞)』에 실린 재가론에 고무되어 시집을 탈출한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심상호는, 개화파로 유배지에서 죽은 심협판(沈協辦)의 아들로 태희 못지 않게 진보적이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자수궁다리에서 마주치곤 하던 태희를 사모한다.
그녀가 청상이 된 것을 알자 자유결혼을 주장하며 가족 회의에서 총각으로 과부와 혼인할 것을 선언하는 연설을 한다. 이처럼 작가는 상권에서 권위주의로부터 해방된 근대적 인간형의 탄생을 힘차게 제시하고 있다. 상권은 구성 역시 혁신적이다. 복선을 포함해서 현재와 과거의 매우 복잡한 교직을 실험하고 있다.
아주 매끄러운 것은 아닐지라도 리얼리즘의 발달사에서 주목된다. 그런데 하권은 상권에 비하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태희가 재혼 후 시어머니와 갈등하다가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의 계모와 갈등하는 데 이르러 소설은 급격히 상투적인 계모형 구소설로 퇴행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특히 상권에 그려진 태희와 상호는 주제의 적극성에 비하여 인물의 수동성이 두드러진 다른 신소설들과 달리 특이한 능동성으로 빛나는데, 어떤 면에서 그들은 이광수(李光洙)의 「무정(無情)」(1917)의 주인공들보다 선진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