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조씨(曺氏). 자는 윤중(允中), 호는 설봉(雪峰). 전라남도 영암 출신. 어머니 김씨는 살생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나 자기나 차별을 두지 않는 인자한 성품이었다. 신인(神人)이 나타나 명주(明珠) 한 개를 주는 태몽이 있었다.
9세 때 달마산(達磨山) 희명장로(熙明長老)의 권유로 입산하였고, 16세에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그 뒤 문신(文信)에게 경론(經論)을 배우고 그 법(法)을 이었다. 여러 경전을 연구하여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증명하는 것이 능하여 남방의 모든 승려들은 그를 선림종주(禪林宗主)라고 불렀다.
평소의 생활 가운데서도 허례허식을 배제하여 입고 있는 장삼이 남루하게 떨어져도 깁지 않았으며, 머리를 깎지 않아 더벅머리가 되기도 하였다. 검소하고 청빈하기 이를 데 없어 누더기옷과 밥그릇이 소지물의 전부였다고 한다. 만년에는 해도(海島)에 들어가 야은(野隱)이라는 초암(草庵)을 짓고 홀로 살았다.
“뜬 구름 오는 곳 없고 가는 곳 또한 자취가 없네. 고요히 바라보니 구름만 오고가고, 이제는 다만 한 허공뿐일세.”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6월 8일 입적하였다. 법을 이은 제자로 각훤(覺喧) 등 16명이 있다. 다비하여 사리 1과와 영주(靈珠) 1매를 얻어 미황사(美黃寺)에 탑을 세웠다. 김진상(金鎭商)이 찬(撰)한 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