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탑제는 장동 산디마을 입구에 있는 2기의 돌탑에 매년 음력 정월 14일 밤에 지내는 마을 공동제의이다. 산디마을은 대전의 동쪽에 위치한 계족산과 계족산성 아래 깊숙한 곳에 아늑하게 자리한 산촌이다.
밖에서 마을로 들어가다 보면 마을 어귀를 향해 흐르는 개울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고, 이 숲 속 좌우에 쌍탑이 있어 할아버지탑과 할머니탑으로 불린다. 2기 모두 자연석으로 다소 거칠게 쌓았으며, 동쪽에 있는 할아버지탑은 높이가 약 2.3m 정도이고, 서쪽으로 30m쯤 떨어져 있는 할머니탑의 높이는 약 1.8m이다. 전체적으로 할아버지탑이 더 크고 안정감이 있으며 할머니탑은 이보다 작고 허술한 편이다. 탑제는 1998년 7월 21일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어, 보존 · 전승되고 있다.
장동산디마을탑제의 정확한 유래와 역사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약 70∼80년 전 이 마을 주민이 탑 부근에 숲막이용으로 아카시아를 여러 그루 심었던 사실을 참고할 때 이 탑들도 본디 이와 비슷한 풍수적 관념에서 쌓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새해 정초에 마을회의에서 제관(공양주)을 뽑고 공양주를 도와주는 유사 5명을 정한다. 공양주는 매년 생기 · 복덕을 따져 새로 뽑지만 유사는 주민 가운데 다섯 명씩 윤번제로 정한다. 공양주로 뽑힌 사람은 매사를 조심하며 지내다가 제사 삼일 전부터 대문에 금줄을 걸고 문간에 황토를 파다 좌우로 세 번씩 뿌려 부정을 예방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부정한 일이 있게 되면 제사 날짜를 연기한다. 제사비용은 풍장꾼들의 마당밟기 걸립으로 마련하며,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부터는 행정관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제사 당일이 되면 유사들은 탑 주변을 청소하고 탑 밖 마을 입구와 탑에 금줄을 늘여 제사 지낼 준비를 한다. 밤 8시경에 풍장꾼들이 농기를 앞세워 공양주의 집으로 가 한바탕 마당밟기 풍장을 친 뒤에 다섯 군데 마을 우물을 순회하며 샘고사를 지내고 나서 탑제를 지낸다. 제사는 할아버지탑제부터 지내고 뒤에 할머니탑제를 지내며 두 곳 모두 서로 다른 제물을 쓰되 제의과정은 동일하다. 소지는 공양주 자신에 대한 것부터 올린 뒤 마을의 상노인, 중노인, 젊은 사람 순으로 나이별로 묶어서 올린다. 제사는 대략 밤 열시가 넘어 끝나게 되며, 공동제를 지내는 동안 집집마다 작은 떡시루를 마련하여 촛불을 밝히고 장광에 놓았다가 탑제가 끝나면 가져온다. 탑제가 전부 끝나면 제장에 모인 마을 주민 및 아이들에게 떡과 술을 고루 나눠 준 뒤 헤어지며, 다음날 주민들이 모여 제의에 소요된 비용을 결산한다.
이 마을에는 음력 10월 3일에 산제도 지내지만, 탑제가 공동제의 중심이 되어 매년 열리고 있다. 1998년 대전시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탑 주변도 소규모 유원지로 개발되었다.
장동 산디마을의 돌탑 2기는 마을 입구에 있으면서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신 구실을 하고 있다. 비록 역사는 짧으나 마을 주민 신앙의 구심체로서 매년 격식있게 탑제가 거행되고 있어 민속전통의 보존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