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

경제
개념
재계에서 큰 세력을 가진 독점적 자본가나 기업가의 무리 또는 일가나 친척으로 구성된 대자본가의 집단을 가리키는 경제용어. 콘체른(konzern).
이칭
이칭
콘체른(konz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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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재계에서 큰 세력을 가진 독점적 자본가나 기업가의 무리 또는 일가나 친척으로 구성된 대자본가의 집단을 가리키는 경제용어. 콘체른(konzern).
개설

일종의 콘체른(konzern)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독점기업이 나타나며 이러한 독점기업형태에 자본의 축적과 집중으로 나타난 것이 카르텔(cartel)·트러스트(trust)·콘체른 등이다. 먼저, 카르텔은 기업 상호간의 경쟁의 제한이나 완화를 목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산업 분야의 기업 간에 결성되는 기업결합 형태를 말한다. 트러스트는 강력한 기업집중의 형태로서 시장독점을 위하여 각 기업체가 개개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합동하는 것을 말한다. 트러스트라는 용어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성행한 기업합동의 하나의 특수형태에서 유래한다. 콘체른은 자본적인 결합체이기는 하지만 각 소속 기업은 법률상으로 독립된 법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주식소유, 융자, 인적(人的) 결합 등의 방법으로 통괄하고 있다. 재벌(財閥)은 카르텔이나 트러스트보다도 콘체른이 더욱 발달된 독점기업 형태이다.

일본의 재벌은 2차 세계대전을 기준으로 재벌과 기업집단(系列)으로 나뉜다. 재벌은 ‘자이바쯔’로 불리며 기업집단은 ‘게이레츠’로 불린다. 자이바쯔는 재벌가가 실질적 대주주이면서 계열회사의 독점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반면, 게이레츠는 사장회를 중심으로 상호주식보유제도를 갖고 있고 실질적인 대주주는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한 저장재벌(浙江財閥)이 유명하였다. 저장재벌은 1949년 중국 수립 후 자산의 대부분이 몰수되어 해체되고 말았다. 그 밖의 세계적 재벌로 영국 및 프랑스에 걸쳐 많은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있는 로스차일드가 있고, 미국에는 8대 재벌로 손꼽히는 멜런·모건·록펠러·뒤퐁·쿤로브 및 보스턴·시카고·클리블랜드의 지방재벌 등이 있으며, 인도에는 타타재벌을 비롯한 5대 재벌이 있어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는 무려 185개사에 달하고, 독일에는 크루프계 자본의 재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재벌이라는 용어는 일본의 자이바쯔에서 유래하였으며,「공정거래법」상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4월 1일까지 계열기업들의 총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4월에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48개 기업집단을 지정하였다.

연원 및 변천 / 현황

우리나라의 재벌 형성과정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광복 직후 미군정기와 1948년 우리나라 정부 수립 후 취해진 귀속재산의 특혜적 불하, 원조물자의 특권적 배정, 그리고 은행의 특혜적 융자는 1950년대 재벌형성의 물적 기초로 작용하였다. 특히 1950년대 그 원재료와 자본재를 원조에 의존하면서 크게 성장하였던 3백(三白)산업(제분·제당·면방공업)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부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초의 정치적 혼란기에도 다소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새로운 투자기회를 포착하여 재벌로 성장한 것은 신규기업이 아니라 10년 정도의 기업경영 실적을 가진 기업인들이었다. 5·16 군사정권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출 주도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수출산업을 지원하는 제반 정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정부의 지원은 주로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소수의 기업인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부분의 10대 재벌기업들은 1960년대를 통하여 기업 확대의 초석이 될 경공업중심의 제1, 제2의 신흥 산업을 저임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을 이용하여 일정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1960년대에 기초를 다진 주요 재벌기업들이 본격적인 확대과정에 들어가는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이다. 1970년대에 정부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의 중화학공업화 추진과 종합무역상사 육성은 1960년대에 성장한 기업을 중심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그것은 중화학공업이 그 자체로 대규모 산업일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최소한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업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재벌은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규모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확립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말에 들어서 재벌들은 중화학공업 투자의 과잉중복, 세계적 불황에 따른 수출의 감소, 제2차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재벌들은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1980년대 이후 그 지배구조를 강화해 갔다.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은 자본집중의 형태로 전개되었다. 1979∼1980년의 위기와 이후의 불황기에 재벌기업들은 주요 중화학공업 부문의 통폐합(자동차·중전기기·발전설비 등)에 따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재벌 중심으로 이루어진 부실기업 정리의 제3자 인수를 통해 대대적인 자본집중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자본의 재편을 통해 재벌기업들은 중화학공업 부문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대에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한 개방체제로의 이행과 민간주도 경제는 이를 촉진시켰다. 재벌들은 광공업 분야에서 중소기업과의 하도급(下都給)계열화 관계의 확대를 통해 그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으며, 금융부문에 대한 진출을 더욱 확대하였다. 재벌들은 은행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금융여신에 있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정부의 재벌 개혁정책이 실시되었다. 당시 재벌 개혁정책의 요점은, ①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연결재무제표의 작성, 사외 이사의 선임), ②계열 기업 간의 상호채무보증의 폐지, ③기업의 재무구조 개혁(부채비율의 감축), ④주력사업에의 업종 정리(사업교환), ⑤경영자의 책임 강화 등이다. 외환위기라는 비상사태 하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의 유동성을 통제함으로써 재벌들의 개혁을 촉구했다. 1998년 1월 대통령과 5대 재벌 대표와의 회담에서 계열기업의 1/2 축소와 주력업종 간의 교환에 합의하였고, 이에 「주력업종전문화제도」가 도입되었다. 선정된 주력업종에 대해서는 여신관리규제의 완화, 총액출자제한 완화 등 여신규제를 완화하여 주었다. 사업교환 및 통합은 외자도입과 관련되기 때문에 교섭에서 복잡한 양상을 보였고, 반도체·석유정제와 같이 예정대로 진행된 업종과 혼미한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2000년대에는 삼성·LG·현대·SK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현재 한국의 재벌들은 재정비와 다음의 젊은 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있다.

의의와 평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발전해 온 재벌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주고 있다.

먼저, 재벌의 긍정적인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벌은 벤처투자자가 부족한 경우 내부의 현금흐름을 이용함으로써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 사업을 했다. 1960년대엔 재벌이 정부로부터 수혜를 입었지만, 다른 신흥시장의 무분별한 특혜와 달리 세계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성과가 부진한 재벌은 보조금이 축소되었다. 둘째, 재벌은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함으로써 잠재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을 줬다. 1991∼2009년까지 우리나라의 10대 재벌의 기업공개 추이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추이에 점차 근접해 평균 22%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재벌은 외부 충격을 완충시켜 우리나라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데 기여했다. 1997년 금융위기 당시 10대 재벌의 매출 감소율은 39%지만, 국가 전체의 감소율은 43%로써 재벌이 부정적인 외부 충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다. 넷째,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의 출현에 기여하였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삼성·LG·SK·현대 등이 있다. 2009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상위 10대 기업이 37.3%, 상위 50대 기업이 60.9%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재벌의 부정적인 영향이다. 첫째,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까지도 진출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고 성장하는 것을 억제했다. 이에 우리나라 경제는 부품 및 소재산업의 발전이 취약해져, 결국 뿌리가 약한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둘째, 재벌의 독과점적 지위 형성이다. 재벌은 묵시적 담합을 유지하여 생산의 효율화를 저해시킬 수 있다. 셋째, 소유·지배구조에 따른 경영의 비효율성이다. 재벌 총수가 전체 계열사의 핵심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고, 상명하달식(上命下達式)의 기업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의 성장 및 상향의 의사전달이 어렵게 된다.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통해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규모의 경제를 가져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참고문헌

『정권별(政權別) 재벌정책(財閥政策)과 그에 대한 평가(評價)』(문인철, 우리나라학술정보, 2008)
「외환위기(外換危機) 이후(以後) 10년(年):재벌정책(財閥政策)의 전개(展開), 문제점(問題點), 그리고 향후(向後) 과제(課題)」(성태윤·김우찬, 『韓國經濟의 分析)』14·2, 2008)
『재벌(財閥)의 사업구조(事業構造)와 경제력(經濟力) 집중(集中)』(송원근, 나남,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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