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서 10억 분의 1(10⁻⁹)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수소 원자의 크기가 10⁻¹m 정도이므로 나노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의 단위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나노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를 적절히 결합시켜 새로운 미세구조를 만듦으로써 기존 물질을 변형 혹은 개조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실상 미세구조를 만드는 일은 이전부터 시도되어 왔지만 나노기술은 기존의 기술과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기술이 미세화를 위해 큰 덩어리를 조각조각 내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면 나노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들을 결합하여 미세구조를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나노기술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견인할 수 있는 기술로 간주될 정도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나노기술은 기능성과 효율성이 높은 물질의 개발을 통해 소재 산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또한 나노기술은 정보통신 관련 제품이 가지고 있던 집적도나 속도의 한계를 타파할 수 있고, 유전자 차원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선할 수 있으며, 환경오염의 원인과 결과를 정밀하게 측정·제어할 수 있는 기초로 작용한다.
나노기술은 모든 것들이 설계되고 만들어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구를 제공해 주는 기반기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노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2001년에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이 수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00년 12월에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미국의 국가나노기술계획(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 NNI)과 국내의 나노기술 현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으며, 그 후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나노기술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2001년에 들어와 4개월 동안 집중적인 작업을 통해 범부처 차원의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이 준비되었고, 동년 7월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동 계획을 확정하였다. 우리나라의 나노기술에 대한 종합계획은 미국(2000년 1월)보다는 늦었지만, 일본(2001년 9월)이나 프랑스(2003년 11월)보다는 약간 앞선 시기에 마련되었다.
나노기술정책 추진의 초장기에는 연구개발사업단을 구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노기술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개발사업단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2000년 4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2002년 5월),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2002년 5월)을 들 수 있다.
나노기술에 대한 주요 인프라로는 나노종합팹센터(2002년 7월, 대전), 나노소자특화팹센터(2003년 5월, 수원), 나노기술집적센터(20004년 8월, 포항·전주·광주) 등이 구축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나노기술 개발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기 위하여 2002년 12월에 「나노기술개발촉진법」(법률 제06812호)을 제정했는데, 그것은 2003년 12월에 제정된 미국의 21세기 나노기술연구개발법안(21st Nano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Act)보다 1년 앞선 것이었다. 이어 2003년 7월에 나노기술정보지원체계 사업이 실시되고, 2004년 1월에 나노기술연구협의회가 발족되는 등 나노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주체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정부는 2005년 12월에 「제2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과거 5년간 나노기술정책의 추진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0년간 추진전략을 조정하였다. 특히, 「제2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 기간 중에는 나노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하여 나노기술 개발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2007년 10월에 작성된 나노기술표준화 로드맵과 2008년 4월에 작성된 국가나노기술 지도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나노기술 개발 전략을 보다 고도화하기 위하여 원천기술 개발, 나노융합을 통한 산업화 촉진, 나노기술의 안전성 확보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08년 12월에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노융합산업발전략」(나노융합 2.0 사업)을 수립하였고, 2009년 9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나노기초원천기술 중기전략」(NT 743 이니셔티브)을 수립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나노기술정책은 2011년 4월에 「제3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이 수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는 2001년 1052억 원으로 출발한 후 2002년 2121억 원으로 급증하였고, 2007년(2814억 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증가세가 감소하거나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1∼2010년의 10년 동안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는 총 2조 3705억 원이었으며, 그 중 1조 7644억 원(74.4%)이 연구개발에, 4812억 원(20.3%)이 인프라에, 1249억 원(5.3%)이 인력양성에 투자되었다. 이와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빠른 시간 내에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나노기술 4대 강국으로 도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노분야 SCI급 논문 수는 2001년에 196편에 불과했던 것이 2005년 1,371편을 거쳐 2010년에는 2,955편을 차지하였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논문 수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1997년부터의 누적 논문 수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노분야의 미국 등록특허는 2001년 81건에서 출발하여 2005년 461건을 거쳐 2010년에는 124건을 차지하였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등록특허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1991년부터의 누적 건수로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노기술 수준은 미국에 대비하여 2001년에는 25%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70∼80%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