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술(converging technology)에 대한 최초의 논의는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교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1979년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기술과 서비스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을 디지털 융합(digital convergence)으로 불렀다. 이어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에서 2002년에 발간된 『인간 능력의 향상을 위한 융합기술(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이란 보고서는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 인지과학의 결합, 즉 NBIC(Nanotechnology, Biotechnology,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에 주목했다. 이는 그동안 정보기술(IT)에 국한되었던 융합기술에 대한 논의가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인지과학(CS) 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을 전후하여 미래유망기술을 거론하면서 융합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21세기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사회의 변혁을 주도할 신기술로서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우주항공기술(space technology, ST), 환경기술(environment technology, ET),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CT) 등을 거론했다. 2000년 이후에 미래유망기술에 관한 각종 계획이 수립되면서 미래유망기술 사이의 융합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나노바이오기술(NBT), 나노정보기술(NIT), 바이오정보기술(BIT), 나노바이오정보기술(NBIT)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융합기술에 대한 논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008년 11월에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2009-2013년)을 발표하면서 가시화되었다. 이 계획은 융합기술을 ‘NT, BT, IT 등 신기술 간 또는 이들과 기존 산업·학문 간의 상승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경제와 사회·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은 ① 원천융합기술의 조기 확보, ② 창조적 융합기술 전문 인력 양성, ③ 융합 신산업 발굴 및 지원 강화, ④ 융합기술 기반 산업고도화, ⑤ 개방형 공동연구 강화, ⑥ 범부처 연계·협력체계 구축 등을 6대 추진전략으로 삼고 있다.
2010년 9월에는 융합기술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실행 전략으로 NBIC(Nano, Bio, IT, Cognitive Science) 국가융합기술지도가 마련되었다. NBIC 국가융합기술지도는 2020년까지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할 3대 분야인 바이오·의료, 에너지·환경, 정보통신 분야에서 각 5개씩 총 15개의 우선 추진과제를 발굴하고 70개의 원천융합기술군을 제시했다.
2011년 10월에는 융합기술에 입각한 산업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산업융합촉진법」이 제정되었다. 그것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그 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며, 산업융합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는 기구로 산업융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융합 신제품의 적합성 인증을 조기에 처리하는 제도 마련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어 2012년 8월에 개최된 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제1차 산업융합발전기본계획」(2013-2017년)을 확정하였다. 이 계획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인지과학(CS)을 융합기술의 근본이 되는 4대 핵심 요소기술로 보고 있으며, 미래는 기술(NBIC)과 인문학(문화예술)이 융합되어 산업, 개인, 사회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대융합(All in one) 사회로 발전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융합기술 자체에 대한 논의를 넘어 융합기술과 문화예술의 결합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