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청자 타일 가운데는 직사각형, 사다리꼴, 평행사변형 등이 있으며, 현전 유물 가운데는 직사각형이 여러 점이다. 문양은 회화적인 구도를 가진 것과 장식 도안적인 구도를 가진 것이 있다. 전자의 경우 물가 풍경 등을 흑백상감으로 나타낸 것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 운학 · 국화 · 모란문 등 전면에 반복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직사각형 도판은 가장자리에 음각의 문양대를 두르고 화면 중앙에 새와 나무, 꽃 등을 지극히 회화적 구도로 그려 넣었다. 나뭇잎, 새의 깃털 등은 철화기법으로 거침없이 그려 나타냈고, 매화로 보이는 꽃과 새의 세부적인 표현에는 가늘고 섬세한 상감기법을 사용하여 대상의 느낌과 특징을 적절한 기법으로 보여주었다. 타일을 하나의 화면으로 보고 그 위에 과감하게 그려 넣은 것은 회화적 감각이 뛰어난 화공에 의해 그 밑그림이 시도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전유물 중 비교가 가능한 것으로는 일본의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소장의 고려청자 상감문도판이 있다. 이 유물은 일본 중요문화유산의 하나로 지정되었는데, 물가의 식물과 물새가 회화적 구도로 그려져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느낌을 준다.
도판은 납작한 형태이므로 일반적인 기물 번조와는 달리 수평으로 놓고 굽는다. 따라서 대부분 앞면에만 문양과 유약이 입혀져 있으며, 뒷면에는 유약을 입히지 않으며, 내화토나 모래 등을 받쳐 굽는다.
현전하는 청자도판으로 완전한 예는 매우 적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도판이나 청자 기물에서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어 주목할만하다. 또 그림필치와 구도 등에서 매우 회화적이어서 청자제작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는 장인 또는 화가의 관여를 짐작게 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고려의 실물회화가 거의 전하지 않는 현실에서 한 폭의 화조화를 연상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