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이 어진은 익선관과 노란색 곤룡포를 착용한 고종이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를 배경으로 붉은색 용상(龍床)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전신교의좌상(全身交倚坐像)이다. 현전하는 고종의 어진들 가운데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이 초상화에서 고종의 노란색 곤룡포는 황제의 복식으로 대한제국이 자주 독립국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 것으로 주목된다. 1897년 9월 17일 고종이 환구단(圜丘壇)에서 대한제국의 성립을 알리고 자주 독립국의 황제임을 천명하기 이전까지 조선시대 왕들은 중국의 친왕에 해당되는 붉은색 곤룡포를 착용하였다. 오른손에는 홀을 잡았고 무릎 사이로 늘어진 수술 사이로 보이는 호패에 “임자생 갑자원년등국(壬子生 甲子元年登國)”이라 쓰여 있다. 이는 1852년에 태어나 1863년에 철종의 뒤를 이어 제26대 왕에 즉위했다는 주요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일월오봉도의 중앙 오른쪽에 있는 붉은색 사각형 안에 적혀 있는 “광무황제사십구세어용(光武皇帝四十九歲御容)”에 의해 1900년 49세 때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채용신(蔡龍臣)이 1900년 그린 고종의 초본을 근간으로 요청이 있을 때마다 제작했던 49세 고종어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왼손의 서툰 표현과 일월오봉도의 거친 채색 등에서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는 채용신이 설립한 채석강도화소(蔡石江圖畵所)의 제자들에 의해 모사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얼굴을 서양화법으로 사실적으로 그린 것, 공수(拱手)자세에서 벗어나 손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 바닥에 깔린 화문석 등은 전통시대 어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근대적 요소이다.
일반인의 요청에 의해 고종어진이 반복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황제의 신격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벽사(辟辭)나 복을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가 더해지며 일월오봉도가 배경에 그려졌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진왜란 이후 관우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사당인 서울 동관왕묘(또는 동묘. 보물, 1963년 지정)의 동제관우상(銅製關羽像) 뒷면에 일월오봉도 병풍이 설치된 것이나, 전북대학교박물관 소장의 「관우상」에서도 동일한 지물이 확인되고 있어 그러한 견해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 어진은 의례를 목적으로 왕실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황제의 신격화 과정에서 개인적 요청에 의해 그려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근대회화사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