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제목에서 언급한 ‘무창(武昌)’을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무창리로 해석하면서 사경산수화(寫景山水畵)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화면의 왼쪽 상단에 “1995년 가을 전주를 여행하며 그리다(乙未秋 寫於完山旅次).”라고 적혀 있는 제기(題記)는 화면에 보이는 계절과 상반되어 현장의 경험이 일부 반영된 관념산수화임을 알려준다.
특히 화면 오른쪽의 키가 큰 나무에서 시작되어 마을을 가로지르는 튼튼한 돌다리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기와집과 초가집, 그 사이로 만개한 복숭아꽃은 6폭 병풍의 커다란 화면에서 도화원의 거대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때 오른쪽 근경의 경물을 강조하여 현장감을 높인 것이나, 전통적인 적묵법(積墨法)과 파선법(破線法)을 근간으로 한 강렬한 붓 터치는 1950년대 초반 완성된 ‘소정(小亭)양식’의 특징적 표현으로 주목된다. 만개한 복숭아꽃은 봄을 나타냄과 동시에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에서 유래된 동양의 영원한 유토피아인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일상적 현실경(現實景)에 복숭아꽃으로 선계(仙界)의 이상경(理想景)을 결합한 것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현실의 어려움이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토피아에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낸 변관식 특유의 창작방식으로, 동일한 양상이 다수의 작품에서 확인된다. 일례로 1958년 1월 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신춘시필(新春試筆)로 실린 변관식의 「무창춘색」을 보면, 배를 탄 어부가 동굴을 지나 계곡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안중식의 「도원문진도(桃源問津圖)」(1913년, 삼성미술관 리움)와 상당히 유사하다. 따라서 ‘무창춘색’은 어부가 찾았던 호남성(湖南省)의 ‘무릉’을 전라남도 ‘무창’이라는 실제 지명으로 대체하였지만, 유토피아에의 동경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관념산수화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1975년에 그린 ‘무창춘색’이라는 또 다른 작품이 현전하고 있어 이러한 해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결국 이 작품은 변관식의 오랜 산천 유람과 스케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독특한 현장감과 전통적인 표현기법을 절충하여 한국적 산수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