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인 미술품을 만드는 기법 중에서 나무나 돌과 같이 단단한 재료를 정, 망치, 끌 같은 도구로 깎거나 쪼아서 만드는 조각(彫刻, carving)기법과 흙, 유토, 밀납 같이 부드러운 가소성이 있는 재료로 살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塑彫, modeling)기법의 첫 글자를 합성한 용어이다.
‘소조’라는 용어는 1894년 일본의 도쿄미술학교 조각과 제1회 졸업생인 오무라 세이가이〔大村西崖, 1868-1927〕가 『교토미술협회잡지(京都美術協會雜誌)』에 「조소론(彫塑論)」을 발표하면서 동아시아 미술계에 등장하였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조각이라는 용어는 나무나 돌을 깎거나 쪼아서 상을 만드는 기법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19세기 말에 서양에서 새롭게 유입된 흙이나 유토로 살을 붙여서 형상을 만드는 소조 기법을 포함시키기 위해서 ‘조소’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1897년 오무라 세이카이의 동문들이 ‘청년조소회(靑年彫塑會)’를 결성하여 조소라는 용어를 유포하면서 일본미술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근대기에는 일본의 미술학교에서 조각(carving)과 소조(modeling) 기법만을 가르쳤기 때문에 ‘조소’라는 용어는 실용화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조소’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조각’ 대신 ‘조소’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조소라는 용어는 일본, 한국,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로, 한국에서 ‘조소’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공모분야를 ‘조각’ 대신 ‘조소’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회화와 나란히 조소라는 용어를 미술장르 개념으로 사용한 것은 해방 이후인데, 미술대학에서 ‘조소과’라는 학과 명칭이 생기면서부터이다.
‘조소’라는 용어는 일본인이 만든 신조어이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미술장르의 개념으로 ‘조소’라는 용어보다는 ‘조각’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오히려 한국에서 해방 이후에 미술대학에서 학과명칭으로 ‘조소’라는 용어가 사용하게 되면서 ‘조각’이라는 용어와 함께 통용되고 있다.
현대조각에서는 아상블라주와 같은 기법 도입되면서 더 이상 전통적 기법인 조각이나 소조의 기법만이 조각의 기법으로 유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술대학의 학과명칭을 ‘조소과’로 부르게 된 것은 미술대학의 설립의 주축을 이룬 미술가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 동경미술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