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데 (Vende)

산업
개념
파라과이 이민 한인들이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하여 했던 상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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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파라과이 이민 한인들이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하여 했던 상행위.
개설

벤데는 ‘판매하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vender’에서 파생된 은어로,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지에 정착한 한인들이 현지 사람들의 가정을 대상으로 했던 상행위(商行爲)를 뜻하며, 파라과이로 이민을 갔던 한인들이 만들었다."

연원 및 변천

파라과이로 농업 이민을 온 한인들은 대부분 농민이 아니어서 농업 기술에 익숙하지 않았다. 더욱이 한인들이 정착하였던 거주지 주변의 농토는 황무지여서 농사를 짓기도 힘들었다. 한인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대부분 도시로 이주하였다. 생계 유지를 고민하였던 한인들에게 당시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한국에서 가져온 생활용품을 처분하는 것이었다. 곧 파라과이 이민 한인들은 현지 사람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자신의 생활용품을 팔았는데, 이러한 상행위가 파라과이 사람들에게는 한인을 상징하는 하나의 업종으로 굳어졌다.

벤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에 관한 일화가 전한다. 1차 파라과이 이민 한인 가운데 조성화와 시어머니인 김광명이 이웃에 사는 최성종에게 당나귀 구입 이유를 물었는데, 최성종이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을 팔기 위해서 당나귀를 샀다는 말을 듣고는 따라 했다고 한다. 특히 김광명은 다른 한인들보다 가장 활발히 벤데를 운영하였으므로, 벤데를 시작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파라과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에 좋은 반응을 보이자, 여러 한인들이 차츰 자신이 가져온 물건도 팔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이 다 팔린 뒤에 한인들은 현지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계속 벤데 거래를 하였고, 파라과이 사람들은 한인들을 ‘장사꾼’이라는 뜻의 ‘벤데돌(vendedor)’이라고 불렀다.

한인들은 1985년까지 보따리와 가방에 옷이나 물건을 넣고 걸어다니면서 판매하였지만, 그 뒤에는 점차 오토바이와 중고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 후반 쯤에는 신형 화물차에 전자 제품과 같은 고가의 물건을 취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한인들이 업종을 전환하여 벤데업 종사자를 찾기 어렵다.

내용

벤데 상행위에서 주로 다루었던 품목은 천, 의류, 손목시계, 라디오, 텔레비젼, 기타 생활용품 등이었다. 이러한 물건은 대체로 신용 할부 판매 방식으로 팔았다. 곧 신용 거래는 당시 파라과이 사회에서 보기 힘든 상거래 방식이었고, 이를 이용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었기에,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매력을 끌었다. 한편 한인들이 현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 호의적이었고 인심이 좋았으므로, 현지인들은 물건을 팔려고 온 한인들에게 파라과이의 전통차인 시원한 떼레레(tereré)를 권하거나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신용 할부 판매 방식은 벤데의 주요 성공 요인이었지만, 특별한 담보나 보증인이 없이 구입자의 서명만 받았기에, 이를 악용하는 현지인들이 늘어나면서 수금을 포기해야 하는 등 폐단이 발생하였다. 또한 1990년대 이후에 파라과이 경기가 침체하면서, 한인들은 점차 벤데업을 기피하게 되었다.

현황

현재 벤데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벤데업을 통해서 돈을 번 한인들이 ‘제품’이라고 불리는 가내수공업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제품’은 원단을 구입하여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말하는데, 적은 수의 현지인을 고용하여 꾸려나가기도 하였다. 한인들은 그 외에 식료품점이나 전자제품, 악세사리, 의류, 운동화 등을 다루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벤데는 농업 이민의 실패로 낙담하였던 파라과이 이민 한인들이 현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 이를 기반으로 한인들은 상공업이나 전문직 등 여러 경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자연히 벤데는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한인의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을 알리는 상징이었는데, 한편으로는 한인들을 불쌍하면서 가난한 ‘일벌레’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상징이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파라과이 한인 이민 35년사』(재파라과이 한인회, 한국교육평가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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