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화승 천여(天如)가 수화승이 되어 제자들과 함께 조성한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이다.
1855년(철종 6) 작. 지장보살도는 화면 중앙의 높은 수미대좌 위에 결가부좌한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양협시인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4구의 보살, 사천왕 등이 묘사된 간단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 지장보살은 녹색의 두광과 신광을 배경으로 오른손에는 가늘고 긴 석장을 들고 왼손에는 투명보주를 들고 결가부좌하였는데, 둥근 얼굴에 건장한 신체와 안정된 자세 등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준다. 목에는 화려한 목걸이를 착용하였으며 양어깨에 걸쳐 붉은 법의를 입고 그 위에 가사를 걸쳤는데, 왼쪽 어깨부근에는 가사를 묶은 금구장식이 보인다. 옷에는 잔잔한 화문이 시문되었으며 옷가장자리에는 화문으로 장식하여 화려한 느낌이 든다. 지장보살의 대좌 좌우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합장하고 본존을 향해 시립하였다. 두 협시는 투명한 두광에 다른 권속들보다 크기도 작게 표현되어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지장보살의 신광 좌우로 각 2구씩 표현된 보살은 화려한 보관에 정병과 경책, 연꽃 등을 들고 녹색두광을 배경으로 지장보살과 거의 같은 크기로 묘사되어, 도명존자와 무독귀왕보다도 더 눈에 띈다. 이 보살들은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에 등장하는 육광보살〔용수보살(龍樹菩薩), 상비보살(常悲菩薩), 타라니보살(陀羅尼菩薩), 관음보살(觀音菩薩),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중 일부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 가장자리에는 사천왕이 창과 칼, 보탑, 용과 여의주 등을 들고 시립하였다. 이들은 다른 불화에서와 달리 공작깃을 꽂은 투구를 쓰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천여가 1856년(철종 7)에 그린 기장 장안사 지장보살도에서도 볼 수 있어 천여의 특징적인 도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장보살과 권속 들 사이로는 황색과 녹색의 채운을 가득 채워 장엄하였다.
시왕도는 10폭 가운데 제1진광대왕도, 제3송제대왕도, 제5염라대왕도, 제6변성대왕도, 제7태산대왕도, 제8평등대왕도, 제10오도전륜대왕도 등 7폭만 남아있다. 각 폭 모두 상단에는 시왕이 등 높은 의자에 앉아 판관과 사자, 동자, 옥졸 등 권속을 거느리고 망자를 심판하는 모습이 표현되었으며 채운으로 분리된 하단에는 지옥에서 망자가 벌을 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제1진광대왕도에는 망자의 몸에 못을 박는 철정지옥(鐵釘地獄), 제3송제대왕도에는 망자의 혀를 빼내어 그 위에서 소가 쟁기질하는 발설지옥(拔舌地獄), 제5염라대왕도에는 절구에 망자를 넣고 찧는 대애지옥(碓磑地獄)과 업경(業鏡), 제6변성대왕도에는 칼산에서 고통받는 도산지옥(刀山地獄), 제7태산대왕도에는 망자를 기둥에 묶고 톱질하는 거해지옥(鋸解地獄), 제8평등지옥도에는 바위 틈에 망자를 놓고 누르는 협산지옥(夾山地獄), 그리고 제10오도전륜대왕도에는 불타는 지옥성과 심판을 마치고 육도윤회(六道輪廻)하는 장면 등이 묘사되었다 시왕도의 이와 같은 같은 도상은 고성 옥천사 시왕도(1744년)를 기본으로 일부 장면을 생략하여 그린 것으로 18세기 시왕도의 전통을 잘 따르고 있다.
화방사의 지장보살도와 시왕도는 19세기 전라도지역의 대표적인 화승이었던 금암천여가 수화사가 되어 제작한 것으로, 18세기 명부계 불화의 구도와 도상을 계승였다. 아울러 진채(眞彩) 위주의 불화에 담채적(淡彩的)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공간을 잘 활용하는 구성의 묘와 조화로운 인물 표현, 섬세한 필선, 부드러운 색채 등에서 천여의 불화 화풍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