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산업은 재벌 기업들이 외국의 소형컴퓨터를 국내에 판매하는 대리점의 역할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1976년에는 삼성전자가, 1978년에는 금성사가 각각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Company), 허니웰인터내셔널(Honeywell International Inc.)과 소형컴퓨터 대리점 계약을 맺었고,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컴퓨터를 도입하고 판매하는 데 뛰어들었다. 이러한 대기업들은 그동안 축적해 온 가전 기술을 바탕으로 터미널이나 모니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전문 중소기업이었다. 삼보와 큐닉스가 대표적인 예로, 그들은 1981년에 애플 Ⅱ를 복제하여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제조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아 대기업들도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 도전하였는데, 금성사는 1982년에,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1983년에 개인용 컴퓨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컴퓨터 산업은 외국 기종을 그대로 복제하여 보드를 제작하고 부품을 들여다가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소형컴퓨터의 국산화를 위한 공동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1981∼1983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금성사, 삼성전자, 동양나일론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8비트 컴퓨터의 국산화가 이루어졌다. 1984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반도체통신이 ‘SSM-16’이라는 16비트 컴퓨터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명실상부한 국산 컴퓨터 1호로 평가되고 있다. 이어 1986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반도체통신이 32비트 컴퓨터를 상용화하여 2000대 이상이 각급 학교와 연구기관에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산업에 전환점이 된 것은 1983년부터 시작된 국가기간전산망 구축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기간전산망 구축사업은 행정전산망, 금융전산망, 교육연구전산망, 국방전산망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전산망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그중 행정전산망의 경우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주관 하에 금성사, 대우통신, 삼성전자, 현대전자산업 등이 참여하여 주전산기를 개발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결과 1989년에는 개량 기종인 주전산기 Ⅰ(일명 타이컴 Ⅰ)이, 1991년에는 자체개발 기종인 주전산기 Ⅱ(타이컴 Ⅱ)가 개발되었다. 이어 1994년에는 고속 중형컴퓨터인 주전산기 Ⅲ(타이컴 Ⅲ)가, 1998년에는 고속 병렬컴퓨터인 주전산기 Ⅳ(타이컴 Ⅳ)가 개발되었다. 이와 같은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조립생산 위주였던 컴퓨터 기술수준을 독자적인 설계와 개발로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컴퓨터와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였다.
1980년대 말부터는 컴퓨터 본체의 생산이 침체되면서 주변기기에 대한 진출이 모색되었다. 1988년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도트프린트 헤드의 국산화가 이루어졌다. 이어 1992년에는 레이저프린터 엔진이 국산화되었고, 1995년부터는 CD롬 드라이브도 국산화되었다. 이와 함께 1994년에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이 개발되는 등 상위 기종에 대한 도전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의 대중화를 매개로 서버기술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06년에는 차세대 인터넷서버가 개발되어 코아브리드와 같은 전문기업을 매개로 각종 케이블 TV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7년에는 네이버, 다음, 엠파스, 싸이월드 등 포털업체들과 공동으로 동영상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개소프트웨어 기반의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개발이 추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