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7월 19일 소학교령(小學校令)이 공포되자 소학교(초등학교) 3년 또는 2년간의 심상과(尋常科)에서 본국 역사를 가르쳤고, 3년간의 고등과(高等科)에서는 외국 역사도 포함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애국심을 배양하는 데 역사 교육이 중요한 학습 대상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역사 교과서는 세계를 보는 시야를 확대하고 새로운 문물을 습득케 하는 통로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선각자들은 서양 서적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마침내 학교 교육 내지는 일반 보급을 필요로 하는 도서들을 선별하여 직접 번역하고 역술하는 형식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는데, 본서도 이러한 시대적 자극에 힘입어 역사학자 현채(玄采, 1986∼1925)가 한국사를 동양사와 서양사의 흐름 속에서 조감한 중등학교용 역사 교과서이다.
역술자는 현채이고, 1907년 5월 12일 보성관(普成館)에서 발행되었다. 책의 규격은 세로 23.2㎝, 가로 16.2㎝이다. 전체를 2권으로 나누었는데, 권1은 「동양부」로 본문이 163쪽이고, 권2는 「서양부」로 본문이 172쪽이다. 모두 국한문 혼용 체제이며, 4호 활자(14포인트)로 조판하였다.
권1 「동양부」는 상고사·중고사·근고사·근세사로 조직하여 중국 고대로부터 프랑스의 베트남 점령에 이르는 동양사를 다루고 있다. 중국사에 비중을 두었으나, 일본을 비롯한 동양 각국의 변천사도 비교적 균형있게 다루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여러 사적을 밝혔다.
최근세사로 우리나라와 청과의 관계, 기독교박해,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의 발발, 쇄국정책과 강화도조약(1876)에 이르는 일련의 근대사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였다.
권2 「서양부」 역시 권1과 같은 4분법으로 꾸몄다. 여기에서 근대로 간주되는 ‘문운부흥’(文運復興: 르네상스)이나 ‘지리상 발견’을 중세로 분류하고 있으며, 진정한 근대 즉 근고의 시점을 ‘국력 평균 발단’, 절대 왕정을 배경으로 한 ‘초기 근대 국가의 성립기’로 잡고 있다.
한국사의 시야를 세계사로 확대하였고, 중등학교 교과서로 보급함으로써 역사 이해의 영역을 넓히는 데 이바지하였다. 아울러, 열강에 대한 경계심과 애국계몽사상을 일깨워 부흥과 쇠망의 역사적 의미를 고취시켰다. 또한 근대의 특징을 ‘국가주의’로 서술하여 외세를 방어하고 자강을 이룩하는 근대적 국민국가 수립에 대한 열망을 보임으로써 1911년 8월 9일 일제로부터 출판법에 위배된다 하여 발매 반포 금지 처분을 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