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盞, 琖)과 받침이 세트로 구성된 기형으로, 탁잔(托盞)이나 잔탁(盞托) 혹은 반잔(盤盞)으로도 부른다. 잔과 받침은 모두 육화형(六花形)이고 높은 굽을 갖춘 받침 위에 솟아오른 고임대가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탁잔의 사용은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하였고 중국에서는 송대(宋代)부터 원(元), 명(明)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화형이 아닌 간략한 형태의 금속기 잔탁도 다수 제작되었고 도자기로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은제도금화형탁잔은 은으로 만들고 도금하였으며, 높이 12.3cm, 입지름 8.6cm, 받침 지름 16.5cm의 크기로 제작되었다. 받침은 높은 굽과 넓은 전이 있고 다시 고임대가 솟아 있어, 그 위에 잔을 올리게 되어 있는 외형이다. 받침과 잔은 모두 육화형으로 형태를 만들었고 세부 장식도 꽃무늬가 가득하다. 특히 고임대에는 입체감이 돋보이는 꽃송이가 장식되어 있는데, 금속판의 뒷면에서 도구를 이용하여 두드려 부조처럼 표현하는 타출기법으로 만들었다.
고려의 타출은 안쪽에서 문양을 두드린 후 바깥쪽에서 문양의 나머지 부분을 다시 눌러 주는 방법을 채택하여, 마치 문양을 따로 떼어 붙인 듯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다.
또한 정교한 선각기법으로 다양한 무늬를 새겨넣었다. 잔의 구연부와 굽, 그리고 받침의 굽 테두리는 물결치는 듯한 무늬를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통일감을 주었고 육화형잔의 굴곡에 따라 몸체에는 모란절지문을 표현하였으며, 받침의 넓은 전에도 수놓듯 화문을 음각하였다.
은제도금화형탁잔은 안정된 비례와 조화를 갖춘 기형이며, 세부 장식에 활용한 선각과 타출기법이 우수하고 고르게 마감된 도금기법도 찬란하다. 고려시대 장인의 수려한 감각과 높은 수준의 세공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서긍의 『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도 탁잔에 관한 내용이 확인된다. ‘반잔’이라는 명칭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중국과 비슷한 기형이라고 언급하면서 은으로 만들거나 도금한 경우도 있고 정교한 무늬를 새겨 넣었다고 서술하였다. 이러한 문헌 기록과 제작 기술의 수준을 참고하면, 제작 시기는 12세기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은제도금화형탁잔은 형태와 장식, 금빛 마무리까지 정교한 기술력과 미감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유물이다. 보존상태도 양호하고 문헌 기록을 통해 제작 시기와 유행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일상 생활 기명의 특징을 관찰하고 선각, 타출, 도금기법 등 공예 제작 기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며, 시대를 대표하는 금속공예품이다. 2016년 5월 3일 보물로 지정되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