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시인 이욱(1907~1984)은 본명이 이장원(李章源)인데, 1945년 광복을 맞아 ‘새로운 아침 해가 뜬다’는 뜻의 ‘욱(旭)’으로 개명하였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신안촌에서 태어나, 허룽[和龍]과 룽징[龍井] 등에서 수학하였고, 1924년 첫 작품 〈생명의 선물(生命的禮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저술활동을 했다. 해방 후에는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며 조선족의 길을 선택했다. 이후 옌벤대학 건교에 참여하여 1949년부터 교직생활을 하며 일생을 마쳤다. 그는 평생 7권의 시집을 간행했고, 1956년 조선족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하였다. 1957년 4월에서 7월 사이에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주최한 문학연수반에 참가하여 소련전문가의 지도로 소련문학을 비롯한 마르크스주의 문예이론, 혁명적 사실주의 창작방법을 배웠다. 이 시기에 『옌벤의 노래(延邊之歌)』 후기(後記)를 작성하였고, 같은 해 12월에 시집을 출간하였다.
『옌벤의 노래』는 중국 옌벤에 사는 조선족의 100년간 역사 실화를 바탕으로 지은 장시이다. 시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을 근거지로 펼쳐진 신출귀몰한 유격전을 기리고 있다. 시는 4행씩으로 구성된 절이 모두 193개 있는데, 크게 5장(1장 9절, 2장 32절, 3장 111절, 4장 26절, 5장 15절)으로 구분된다.
제1장은 자기가 살고 있는 옌벤의 아름다운 경치와 조선족의 순박한 모습을 생생히 그려냈다. 제2장은 조선족이 옌벤에서 한족들과 어울려 살며 흉악한 지주와 맞서 싸우는 장면을 읊었다. 제3장은 일본 제국주의가 옌벤을 침범하였을 때 조선족과 한족들이 온갖 재앙과 병화를 겪으면서도 일본을 자신들의 삶터에서 쫓아낸 부분을 읊었다. 제4장은 중국의 내전이 끝난 뒤, 공산당의 지도 아래 조선족과 한족이 함께 옌벤을 재건하며 공업 생산사업을 전개한 내용을 읊었다. 마지막으로 제5장은 조선족과 한족의 돈독한 우의를 찬양하며 자신의 고향인 옌벤을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터놓았다.
그 중 제1장의 마지막 절에서 “나는 누굴 위해 이 정겨운 고향을 찬양하는가? 나의 고향 친지들과 당당한 영웅들을 위해서지, 나는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노랫소리가 만세토록 전해지길 바라네.”라고 읊어, 이 시의 성격이 옌벤 일대의 조선족에 대한 찬양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이욱은 해방 전후 줄곧 만주에서 문학 활동을 한 인물로 김창걸 등과 함께 중국 조선족 문단에 ‘향토문학’이 출현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는 그를 ‘조선족문학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한 저명한 시인’ 중의 한 명으로 기술하기도 했다. 이 시에서 그는 사회주의와 사실주의에 입각한 문학적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면 깊이 들어가 보면, 중국에서 특히 옌벤에서 조선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