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주사〉는 신라 선덕여왕 대의 지귀(志鬼)에 관한 주사(呪辭)이다. 불귀신 설화라고도 한다. 〈지귀주사〉는 미천한 지귀가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죽어서 불 귀신이 되었다는 설화이다. 〈지귀주사〉는 ‘심화요탑(心火繞塔)’이라는 제목으로 신라 『수이전』에 실렸다. 이후 조선시대 성임의 『태평통재』, 권문해의 『대동운부군옥』, 권별의 『해동잡록』에 재수록되었다. 〈지귀주사〉는 미천한 지귀를 선덕여왕이 만나고자 했다는 점에서 민중들의 관심을 끌어서, 곧 신격화가 되었을 것이다.
「지귀주사」는 ‘심화요탑(心火繞塔)’이라는 제목으로 『수이전』에 실렸다가 일실된 후 15세기 성임(成任, 1421∼1484)의 『태평통재』와 16세기 권문해(權文海, 1534∼1591)의 『대동운부군옥』, 그리고 17세기(1670년 경) 권별(權鼈, 1589∼1671)의 『해동잡록』에 재수록된 일명 「불귀신 설화」인 지귀설화(志鬼說話)에서 비롯되었다.
지귀설화는 『삼국유사』 「이혜동진(二惠同塵)」조에도 짧게 그 일부가 전한다. 그런데 『태평통재』에는 「지귀(志鬼)」라는 제목으로 실린 반면, 『대동운부군옥』과 『해동잡록』에는 「심화요탑(心火繞塔)」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내용에도 약간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공통적으로 지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지귀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재위 632∼647)을 사모하다 죽어서 화신(火神)이 된 인물이다. 『태평통재』에 수록된 설화는 이렇다. 지귀는 신라 활리역(活里馹) 사람이다. 선덕여왕의 단아하고 엄숙한 미모를 사모한 나머지 시름에 젖어 눈물을 흘리니 몰골이 초췌해져 갔다.
왕이 듣고 불러서 말했다. “짐이 내일 영묘사에 가서 분향을 할 것이니 너는 그 절에서 짐을 기다려라.” 지귀는 다음날 영묘사 탑 아래에서 왕의 행차를 기다리다가 홀연 깊은 잠에 빠졌다. 왕이 절에 이르러 분향을 마치고 나오다가 지귀가 잠든 것을 보았다.
왕은 팔찌를 빼어 지귀의 가슴에 두고 궁으로 돌아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가슴에 놓인 왕의 팔찌를 보고 왕을 기다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오랜 동안 번민하다가 마음속에서 불이 나와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지귀는 곧 불귀신으로 변했다. 이에 왕이 주술사에게 명하여 주사를 짓게 했다. “지귀의 마음속 불길이/ 몸을 사르더니 변하여 불귀신이 되었네./ 창해 밖으로 흘러가/ 만나지도 친하지도 말지어다.” 당시 풍속에 이 주문을 문과 벽에 붙여 화재를 막았다.
『대동운부군옥』의 「심화요탑」도 위의 선덕여왕 대사 부분이 전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같은 내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사건 이후에 「지귀주사」는 문첩신의 형태로 민중에게 신봉되었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사후형 주사(어떤 사건이 있은 후부터 주사의 성격을 가짐)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의 주사는 「처용가」 「비형랑주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지귀주사」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처용가」가 용의 아들, 「비형랑주사」가 왕 혼령의 아들에 의해 각각 생성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지만 왕이 친히 짓도록 한 것에 비하면 극히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귀주사」는 민중들에게 더욱더 신봉되었을 것이다.
아내와 간음한 역신을 용서한 처용보다, 달아난 길달을 죽인 비형랑이 더 신격화되었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생존했던 왕이 직접 짓도록 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마(火魔)를 막는 제액으로서 민간신앙화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신봉되었을 것이다. 지귀를 화신(火神)으로까지 진술하고 있는 기록이 이를 말해 준다.
「지귀주사」는 미천한 지귀가 선덕여왕을 사모하는 이야기로 주목을 끈다. 더욱더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지귀의 마음을 선덕여왕이 헤아려 만나주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귀주사」는 일반 민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곧 신격화하여 숭앙되었을 것이다.
특히 화재에 대한 주사라는 점에서 하나의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지귀를 화신으로까지 추앙하고 있는 점은 그러한 의의를 짐작케 한다. 아울러 『삼국유사』 「이혜동진」조 혜공스님의 신이한 행적과 맞물리면서 화귀를 축출하는 기능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