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처 ()

불교
개념
무아, 즉 고정불변의 인식 주체[我]가 없음[無]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간 인식을 6근과 6경으로 구분하는 불교교리. 십이입.
이칭
이칭
십이입(十二入)
정의
무아, 즉 고정불변의 인식 주체[我]가 없음[無]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간 인식을 6근과 6경으로 구분하는 불교교리. 십이입.
개설

십이입(十二入)이라고도 한다. 산스끄리뜨어로는 dvādaśāyatana이다. 『구사론』에 따르면 '처(處, āyatana)'는 마음[心]과 심리현상[心所]이 생겨나는 문 또는 마음과 심리현상을 발생·성장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십이처는 고정불변의 인식 주체를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인간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12 영역을 의미한다.

내용

『구사론』에서는 십이처의 가르침이란 붓다가 물질 현상[色]을 불변의 자아[我]로 착각하는 부류의 중생을 위해 설한 것이라 보기도 한다. 즉 십이처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오근(五根: 눈·귀· 코·혀·몸 등의 5가지 인식능력)과 오경(五境: 오근 각각에 대응하는 색깔[형태], 소리, 냄새, 맛, 감촉 등의 5가지 인식대상)의 10종류의 물질현상으로 해체하는데 초점이 있다.

우리의 인식을 구성하는 영역은 우선 인식능력인 근(根, indriya)과 그것의 작용대상인 경(境, viṣaya)으로 대별된다. 근에는 시각능력인 눈[眼], 청각능력인 귀[耳], 후각능력인 코[鼻], 미각능력인 혀[舌], 촉각능력인 몸[身] 등의 오근에 사유능력[意, manas]을 더한 6종류, 즉 육근(六根)이 있다. 경 역시 육근 각각에 대응하여 눈의 작용대상인 색깔·형태[色], 귀의 작용대상인 소리[聲], 코의 작용대상인 냄새[香], 혀의 작용대상인 맛[味], 몸의 작용대상인 감촉[觸]의 오경에 사유대상[法, dharma]을 더한 6종류, 즉 육경(六境)이 있다.

『구사론』은 이상의 6가지 인식능력과 그 각각에 대응하는 6가지 인식대상 각각의 결합[觸]을 통해 시각[眼識], 청각[耳識], 후각[鼻識], 미각[舌識], 촉각[身識], 사유[意識] 등 6종류의 인식, 즉 육식(六識)이 매 찰나(刹那) 생겨날 뿐임을 지적하였다. 이리하여 십이처의 설법이 불변의 인식주체를 부정하는 무아설과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불교의 주요 학파는 십이처를 상이한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예컨대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은 6가지 인식능력과 6가지 인식대상을 근거로 하여 육식이 생겨날 뿐 불변의 인식주체인 보는 자[見者]나 사유하는 자[知者]는 없다는 점에서 십이처는 유정무아(有情無我), 즉 인무아(人無我, pudgalanairātmya)를 깨우치기 위해 붓다가 설한 가르침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유식학파의 입장에서 정리한 초기·부파불교의 십이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유식사상가 원측(圓測: 613~696)은 『반야심경(般若心經)』 ‘무안이비설신의무색성향미촉법자(無眼耳鼻舌身意無色聲香味觸法者)’ 주석에서 이 경문이 바로 인무아를 깨우치기 위해 설한 십이처라는 현상[法] 자체도 실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른바 법무아(法無我, dharmanairātmya)를 설한 가르침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그는 오온(五蘊) 등 다른 현상과 마찬가지로 십이처 역시 유식학파의 개념인 삼성(三性)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으며, 호법(護法, Dharmapāla)을 따르는 유식학파는 여기서 존재하지 않는다[空=無]고 부정되는 것은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과 의타기성(依他起性)의 십이처일 뿐이며 원성실성(圓成實性)의 십이처는 존재한다고 보았다. 반면 청변(淸辨, Bhāvaviveka)을 따르는 중관학파는 세 종류의 십이처 모두의 존재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양 학파 간의 해석 차이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참고문헌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반야심경찬(般若心經贊)』
『구사론 계품·근품·파아품: 신도 영혼도 없는 삶』(이종철 역주,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5)
「12처고(處考)」(이종철, 『가산학보』 제6호, 가산불교문화연구원,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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