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 ()

만화
사건
1997년 7월, 만화에 대한 심의, 제재에 대해 만화인들이 만화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결성한 위원회.
사건/사건·사고
발생 시기
1996년 7월
발생 원인
청소년보호법률(안)
관련 단체
한국만화가협회
관련 인물
이현세|권영섭|이두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는 1997년 7월 만화에 대한 심의, 제재에 대해 만화인들이 만화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결성한 위원회이다. 1997년 만화 사전 심의를 법제화하는 ‘청소년보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를 비롯해 만화 작품에 대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며, 음란만화 혐의 등으로 민화가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소환, 기소되는 등 만화인의 탄압으로 이어지자, 만화계에서는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를 결성하여 이에 맞선 저항운동을 펼쳤다.

정의
1997년 7월, 만화에 대한 심의, 제재에 대해 만화인들이 만화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결성한 위원회.
발단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한국만화가협회[회장 권영섭]에서는 지난 20년 간 지속되어온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만화 사전 심의제 폐지를 주장하고, 이와 관련한 협회 차원의 요구를 공문으로 정부와 간행물윤리위원회에 발송한다. 이에 대한 응답이 없자 1995년 1월에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부하고, 한국만화가협회와 회원이 작품에 대해 공동 책임지는 ‘회원 작품 표시제’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발표한다. 당시 한국만화가협회에는 4백여 명의 만화가가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는 당시 만화가의 80%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이러한 만화계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1996년 정부 산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화 사전 심의를 법제화하는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해매체물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청소년보호법률안]’을 추진한다. 이에 반발하여 10여 개의 만화 관련 주1가 ‘청소년보호법률안 제정을 저지하기 위한 범만화인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1996년 9월 30일 “만화 사전 심의는 창작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만화계가 특히 지목한 법률안의 문제 조항은 “…만화의 경우…당해 매체물이 최초로 유통되기 전에 심의 결정할 수 있다”는 제2장 제8조 5항의 내용이었다. 또 민간단체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법적 근거를 갖고 모든 출판만화에 대한 사전 심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청소년보호법률안 제정을 저지하기 위한 범만화인 공동대책위는 관련 법의 국회 통과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황미나, 이두호, 허영만, 이현세, 박재동 5인을 공동대표로 하는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대책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1996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추진하였다. 당일 원로와 중견만화가를 비롯해 만화 전공 대학생, 아마추어 만화가 등 7백여 명의 만화인이 집결하였는데, 해방 이후 처음으로 만화인들이 한 곳에 모여 한 목소리로 만화 표현의 자유를 외친 대규모 집회였다.

경과 및 결과

만화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7년 2월, 관련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7월 15일 이 법에 의해 신설된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만화 1천7백 종 510만 권에 대해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리고 목록을 고시한다. 7월 23일 서울지검 형사1부에서는 『천국의 신화』에서 상고사 시대를 묘사한 장면 등을 문제 삼아 이현세를 음란문서 제조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하고, 불구속 기소한다. 이뿐만 아니라 7월 31일에는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신문의 편집국장과 강철수를 포함한 10여 명의 만화가를 음란물 제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 앞선 4월 ‘음란폭력성 조장매체 공동대책협의회’[공동대표 손봉호]가 3대 스포츠 신문 대표와 연재 만화가들을 음란 · 폭력 만화로 고발한 뒤에 진행한 검찰 수사 결과 조치였다.

한국만화가협회 등의 만화단체는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공동대표 권영섭, 이두호]를 결성하고, 다양한 저항 활동을 펼친다. 7월 31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만화가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만화 탄압’에 대한 범만화인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현세를 비롯해 허영만, 이두호, 배금택 등 38명의 만화가들이 8월 한 달 간 작품을 그리지 않겠다는 한시적 절필 선언을 하고, 이와 연계하여 『미스터블루』, 『빅 점프』 등의 만화잡지도 임시 휴간에 들어간다. 8월 2일부터 3일 양일간 서울 그레이스백화점 앞,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종로2가 등에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여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다.

1997년 8월 21일, 박재동, 김수정, 이두호, 허영만, 이희재, 황미나 등 300여 명의 만화가와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참석한 ‘한국 만화인의 밤’ 행사에서 1996년 11월 3일 여의도에서 열렸던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기념일로 삼자는 안건을 투표를 통해 결정, 선포한다.

한편 1998년 2월 검찰은 이현세를 미성년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한다. 이현세는 2000년 1심 재판에서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2001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2002년 2월 28일, 대한매일신보사 등 3개의 신문사와 강철수 작가 등이 ‘불량 만화’ 판매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미성년자보호법 제2조의2조항과 ‘아동의 덕성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의 제작 등을 처벌하도록 한 아동복지법 18조항에 대해 청구한 위헌 제청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된다. 이로써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현세는 2003년 검찰 항소 기각으로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

평가 및 의의

만화인들이 결집하여 만화 창작에 대한 국가 검열의 법제화에 맞서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만화계의 조직적인 투쟁을 보여주는 만화계의 대항 활동으로 문화사적 의미와 가치가 크다. 이 시기의 활동을 기념하는 ‘11월 3일, 만화의 날’은 1998년부터 시행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고문헌

신문·잡지 기사

「불량만화 개념규정 위헌」(『서울신문』, 2002. 3. 1.)
「‘만화의 날’ 선포」(『한겨레』, 1997. 8. 23.)
「대중문화 다시 메카시 바람 부나 만화음란폭력 검열 ‘홍역’」(『매일경제』, 1997. 8. 9.)
「만화가 38명 한달간 절필 선언」(『한겨레』, 1997. 8. 1.)
「“상상력 옥죄는 심의강화 안될말” 만화심의 철폐추진위원장 황미나씨」(『한겨레』, 1996. 11. 8.)
「‘만화 사전심의’ 입법 추진 논란」(『한겨레』, 1996. 10. 1.)
「만화가협회, 윤리위 사전심의 거부」(『한겨레』, 1995. 1. 1.)
주석
주1

주요 참여 단체는 한국만화가협회(회장 권영섭), 한국만화학회(회장 임청산), 우리만화발전을위한 연대모임(대표 박재동), 시사만화회(회장 이홍우),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회장 정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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