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5월 『조광(朝光)』에 발표되었고, 그 뒤 1938년 간행된 단편집 『동백꽃』에 수록되었다. 향토색 짙은 농촌의 배경 속에서 인생의 봄을 맞이하여 성장하여가는 충동적인 사춘기 소년 · 소녀의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린 김유정의 대표작이다.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서술자인 ‘나’는 순박하다 못하여 어수룩한 소년이다. 이에 비하여 점순은 활달하고 말괄량이 같은 소녀로서, 소년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마름의 딸이다.
소년에게 관심을 둔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하지만,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거절한다. 무안당한 점순은 드디어 자기 집 수탉과 소년의 집 수탉을 싸움 붙이면서 여러 차례 약을 올린다. 점순네 닭이 힘이 세어 소년의 집 닭이 늘 지게 되자, 화가 난 소년은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어느 날 점순은 호드기를 불며 닭싸움을 붙이고 소년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화가 난 소년이 작대기로 점순네 닭을 때려 죽였으나, 마름집 위세를 생각하고 당황하여 울게 된다. 이 때 점순은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부둥켜안은 채 한창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린다.
이 작품은 인물들이 약간 모자라는 듯한 소년소녀층으로 제시되어 있고, 인물들의 행동양식 · 어법 · 문체 등이 해학적이고 골계적인 점에서 김유정 문학의 일반적인 특색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여러 번의 닭싸움을 거쳐 두 사람의 점진적인 화해 관계 및 심리적인 대립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점에서, 김유정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비극적 요소가 내재하지 않은 희극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골계미는 우리 문학의 전통적 맥락에서 볼 때 중세와 근세로 이어지는 평민문학의 미적 특질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삶의 실제적 문제를 객관화하여 다루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문학의 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작품도 김유정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처럼 바보들의 이야기를 웃음거리로 다루었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계층의 어긋남을 객관적으로 문제 삼은 웃음의 문학이라는 긍정적 평가로 나누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