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조광(朝光)』 3월호에 발표되었다. 「매소부(賣笑婦)」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남성본위의 가치 및 질서로부터 여성의 폐해의식과, 남성과 대등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존재 확인을 추구하는 일련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일인칭 화자인 ‘나’는 단란한 신혼 중인데, 성격은 기민하지 못한 편이고 씀씀이가 매우 헤프다. 임신해서 신생아를 기다리던 중, ‘나’는 사고로 다리가 절단되어 불구가 된다. 병신이 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애정이 감소되자, ‘나’는 배신감과 절망감에 빠진다. 한편, 건강한 남편에 대한 아내로서의 질투와 의심에 빠지는 나날을 지내면서, 차차 신경병적인 증세를 보이게 된다.
그녀는 애정 없는 명목상의 가정을 탈피하여 자학과 모색의 길을 떠나 유랑하다가 광막한 북국의 호인(胡人)들이 사는 어느 마을에 도착한다. 그녀가 숙소로 택한 집의 주인도 ‘나’처럼 불행한 백계 러시아인이다. ‘나’는 자신의 결혼과 인생에서 겪은 심리적·신체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욕구를 강렬하게 느낀다. 자신의 잃은 다리에 대한 보상으로 남편의 다리, 즉 남편의 목숨이 주어져야 마땅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이 그녀가 그녀의 인생에 청구한 계산서이다.
여성문학의 중요한 쟁점들인 여성리얼리즘과 여성의 자아확립,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 등의 의식이 나타난 작품으로서, 당시 문학비평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소외된 고통과 비애를 견디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전락하는 여성의 불행을 다루지 않고, 과감히 자신의 불행한 현실로부터 탈피하여 당시 여성으로서는 대모험인 편력을 감행하며,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는 능동적인 의식을 보인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리고 인식의 폭도 일반적인 여성의 체험공간인 가정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1930년대 여성의 보편적인 체험과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당시 여성문학의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