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장기리 암각화(高靈 場基里 巖刻畵)는 경상북도 고령군의 한 마을에서 발견되었으며, ‘양전동 암각화’ 또는 ‘알터〔卵峴〕 암각화’라고도 한다. 1971년 영남대학교 박물관에서 조사하였으며, 보물 제6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암각화는 마을 입구에 있는 높이 3m, 폭 6m의 나지막한 바위면 안에 대략 높이 1.5m, 폭 5m에 걸쳐 새겨져 있다.
암각화의 그림은 동심원(同心圓)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기하학적 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동심원은 세 겹으로 되어 있으며 지름 약 18∼20㎝이다. 모두 4개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중앙부에 배치되었고, 나머지는 왼쪽과 오른쪽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가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이는 무늬가 17개 이상 있으며, 작은 것은 22×20㎝, 큰 것은 30×40㎝이다. 위와 좌우의 가장자리에 털, 그 안쪽에 귀 · 눈 · 코 · 입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멍과 좌우로 뻗어 올라간 뿔이 표현되어 있어, 마치 사람이나 짐승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또 초기 철기시대의 대표적인 청동기 중 하나인 ‘칼손잡이모양청동기〔劍把形銅器〕’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외에도 사각형 안에 둥근 점이나 ‘十’ 자 모양의 무늬를 넣은 것도 있다.
이와 같은 무늬로 구성된 암각화는 하나의 동심원과 이것을 둘러싼 여러 개의 가면 무늬 등이 하나의 무리를 이루며,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무리가 3개로 이루어진 구성을 보인다. 이 무늬들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가면 무늬에 대해서는 얼굴이나 칼손잡이 외에 방패나 샤먼의 신체(神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는 견해도 있으며, 특히 동심원은 일반적으로 태양 혹은 태양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이 암각화가 있는 곳은 신앙적 · 주술적인 성격의 제단, 태양신에게 올리는 농경 제사의 장소로 미루어 짐작되기도 한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면과 이어지는 언덕 위에서는 토기와 석기가 채집되었다. 토기는 원형덧띠토기〔圓形粘土帶土器〕 · 삼각형덧띠토기〔三角形粘土帶土器〕 · 굽다리토기〔豆形土器〕 · 쇠뿔모양손잡이〔牛角形把手〕 등으로 초기 철기시대에 해당하며, 연대는 대체로 서기전 5∼4세기에서 서기전 1세기의 이른 시점에 해당한다.
석기는 청동기∼초기 철기시대에 해당하는 간돌도끼〔磨製石斧〕를 비롯하여 쇠뿔모양석기〔牛角形石器〕와 숫돌〔砥石〕 등이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쇠뿔모양석기는 간석기가 아닌 뗀석기이며, 길이 17∼24㎝에 양 끝이 뾰족한 반달 모양이다. 이 특이한 모양의 석기는 아직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다른 유적에서는 출토되지 않고 있어 이 유적의 가장 특징적인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언덕에서 채집된 유물에 의해 고령 장기리 암각화도 초기 철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암각화의 주요 무늬인 동심원은 그 이전인 청동기시대의 고인돌〔支石墓〕이나 선돌〔立石〕에도 자주 보이기 때문에 청동기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제작 ·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