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년(충숙왕 10)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14㎝, 가로 112.5㎝.
내시(內侍), 호장(戶長) 등의 유력민과 양주(楊州)의 향도(香徒)들이 참여한 이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아미타 신앙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1관∼16관에 명문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도상의 내용을 확실하게 알려 주는 기준 작이다.
영혼의 극락왕생을 위해 조성된 이 관경십육관변상도는 관경서분변상도와 함께 봉안되어 관경변상도라고 한다. 그러나 관경십육관변상도가 망자 천도(亡者遷都)를 목적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극락에 가고자 하는 원인이 그려진 관경서분변상도와 함께 제작되지 않아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화면 중심축에 강조된 아미타불좌상인 제9 불색신관(第九佛色身觀)의 좌우로 제10 관세음관(第十觀世音觀)과 제11 대세지관(第十一大勢至觀)이 배치된 것으로 미루어, 아미타불이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극락회 장면이다. 이 아래, 아미타불일행이 염불왕생자를 맞이하는 구품 연못인 14관∼16관이 펼쳐져 있다.
아미타극락회의 아미타불좌상을 중심으로, 머리·손·법의(法衣 : 중이 입는 가사나 장삼 따위의 옷) 등을 살펴본다면 머리의 중앙 계주(中央髻珠)는 적당한 크기로, 조선 초의 강조된 중앙 계주와는 구별된다.
엄지와 중지를 맞댄 왼손은 가슴에 두었다. 내의(內衣)인 승각기를 묶는 장식 등 안정감 있는 아미타불의 형태는 14세기 전반기 불상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화려한 채색 위로 덧 그려진 섬세한 금선(金線)은 유려하여, 금선묘(金線猫)와 채색화를 함께 보는 듯하다. 붉은색과 부드러운 녹색, 청색에 가까운 감색·갈색·흰색 등 밝은 색조가 엷은 녹색을 배경으로 전면에 깔린 파스텔 톤이 돋보인다.
상징적인 1관∼7관은 다음과 같다. 전각(殿閣)과 삼족오(三足烏)가 함께 그려진 붉은 해는 화면의 꼭대기를 장엄하여 극락을 비추는 듯한 일몰관(日沒觀)이다.
이 아래 물이 묘사된 제2 수관(第二水觀)과 금줄로 엮어진 녹색의 극락 땅인 제3 지관(第三地觀), 일렬로 늘어선 극락의 화려한 나무인 제4 수관(第四樹觀), 학·공작·앵무새·가릉빈가(迦陵頻伽 : 불경에 나타나는 상상의 새) 등 극락새로 채워진 극락의 연못인 제5 지관(第五池觀)과 훌륭한 아미타전각인 제6 총관(第六摠觀), 제7 화좌관(第七華座觀)은 보개(寶蓋)를 갖춘 대좌(臺座)를 의미한다.
즉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전심하여 상념함으로서 마음을 통일하여 수관을 분명하게 관찰하면 삼매(三昧)를 얻어 비로소 불토(佛土)를 보게 된다는 1관∼13관의 명상을 통한 왕생극락과 임종 때 지심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면 면죄받아서 극락왕생한다는 염불왕생(14관∼16관)이 경전에 충실하게 모두 나타난 고려시대 불화이다.
염불왕생이 강조된 조선시대의 관경십육관변상도와 구별된다. 붉은 바탕에 은니(銀泥)로 쓴 화기(畫記)는 조성 배경을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