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5년(세종 17)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21.8㎝ 가로 150.4㎝. 전 천태종사(前 天台宗事)와 왕실부인인 군부인(郡夫人)이 발원한 이 불화는 지금까지 발견된 조선 불화 중에서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이다.
이 관경변상도의 내용은 고혼(孤魂)이 아미타극락에 환생하는 방법을 언급한 관무량수불경(觀無量壽佛經) 중, 16관경(十六觀經)을 그린 관경십육관변상도(觀經十六觀變相圖)이다. 즉, 1관∼13관의 명상을 통한 왕생극락과 염불왕생의 14관∼16관의 십육관경이 모두 나타난 그림이 관경십육관변상도이다.
1관∼13관의 명상을 통한 왕생극락은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전심하여 상념함으로써 마음을 통일하여 물을 관찰하면 삼매(三昧)를 얻어 비로소 불토(佛土)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염불왕생의 14관∼16관은 임종 때 지심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면 면죄받아서 극락왕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관∼16관의 도상 중, 주된 내용은 강조하고 중첩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아미타불이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극락회(阿彌陀極樂會)와 영혼이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14관∼16관의 구품(九品) 연못이 부각되었다. 이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염불극락왕생’의 의미가 극대화된 관경십육관변상도가 대두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자료이다.
아미타극락회의 아미타삼존불좌상 가운데 아미타불상(9觀)은 머리에 중앙계주(中央 髻珠)만 있다.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왼손은 복부(腹部)에 두었다.
상체에 내의(內衣)인 승각기를 묶는 장식이 보이며, 발목에 레이스(lace) 같은 장식이 달린 군의(裙衣)를 입었다. 합장한 관음보살(10觀)과 대세지보살(11觀) 좌상의 구불구불한 주름이 잡힌 치맛단 등은 불·보살상의 얼굴 표정 및 구름 모양과 함께 1476년 작 전라남도 강진의 무위사(無爲寺) 극락전 아미타후불벽화(阿彌陀後佛壁畫)와 측면 벽으로 이어진다.
14관∼16관은 구품 연못의 왕생자를 맞는 아미타불과 보살상으로 구성된다. 14관의 상품연못에는 활짝 핀 연꽃 위에 무릎을 꿇고 등을 보인 보살형 왕생자가 설법하는 아미타불좌상과 마주 보는 자세로 등장한다.
이 주위로 비구(比丘)형 왕생자·속인(俗人)형 왕생자들이 배치되었다. 16관의 하품 연못에는 연봉오리에서 머리만 내민 왕생자가 있다. 이는 염불왕생으로 모두가 극락왕생할 수 있지만 생전에 행한 선업에 따라 극락왕생을 위한 연봉오리가 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암시한다.
채색은 후대에 새로 배접할 당시, 뒷면의 배접지를 너무 떼어낸 듯 흐려졌다. 그래서 세부 문양이라든가 금니(金泥)는 희미하지만 낮은 채도의 부드러운 색조와 활달한 필선(筆線)이 엿보인다. 천태종사란 천태종을 지칭하는 것이다.
1435년 당시에는 이미 선종(禪宗)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전 천태종사’란 직함이 쓰여진 것 같다. 조선 초기의 이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천태종의 정토 사상을 입증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