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승려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 선의 깨달음의 경지를 노래한 「증도가(證道歌)」는 이후 선의 참모습을 드러낸 글로 널리 선양되었고, 그 내용을 해석하는 책도 다수 찬술되었다. 북송 대의 승려인 남명선사(南明禪師) 법천(法泉)은 이 「증도가」의 사상을 계승하고 널리 선양하기 위하여 「증도가」의 3언 혹은 7언의 각 구절에 24자(3언 1구, 7언 3구) 혹은 21자(7언 3구)의 송(頌)을 덧붙여 모두 320수에 달하는 방대한 가송을 지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혹은 『영가대사증도가남명천선사계송(永嘉大師證道歌南明泉禪師繼頌)』 등으로 불린 이 책은 「증도가」의 사상을 발전시킨, 확대된 선종의 대표적 가송집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의 각 구절에 대해 주석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사실(南明泉和尙頌證道歌事實)』(3권, 대장도감판, 1248년)과 『영가대사증도가남명천선사계송언해(永嘉大師證道歌南明泉禪師繼頌諺解)』(1482년, 을해자본)도 편찬되었다.
원본은 1077년(송 신종 희령 10, 고려 문종 31) 중국에서 1권 1책의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책머리에는 1077년(문종 31)에는 오용천용(吳庸天用)이 지은 서문, 권말에는 1076년에 축황(祝況)이 지은 후서(後序)가 붙어 있다. 고려에서는 이 책이 전래된 후 처음에는 금속활자본으로 간행하였다가, 이 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1239년(고종 26)에 금속활자본을 목판본으로 번각하여 간행하였다. 당시 무인집정이었던 최이(崔怡)(초명은 최우(崔瑀))가 금속활자본 번각 목판본의 간행을 주도하였으며, 이 판본 뒤에는 최이가 당시의 간행 상황에 대해 정리한 지문(誌文)이 붙어 있다. 이 지문에서 최이는 「증도가」가 선문에 있어서 매우 긴요한 책으로 참선하는 이들이 모두 그것에 의하여 깊은 이치를 깨닫고 있는데, 그 전래가 끊어져 통행되고 있지 않으므로, 오래 전하게 하기 위해 공인을 모집하여 주자본을 다시 판각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 간행된 1239년의 목판본은 고려 및 조선시대에 여러 차례 번각되어 간행되었으며, 이와는 다른 독자적인 목판본도 고창 문수사(1424년), 운주산 용장사(1432년), 화악산 영제암(15세기), 광교산 서봉사(1576년) 등에서 간행되었다.
현재 금속활자본을 번각한 1239년 판각 목판본의 이른 시기 후쇄본이 삼성박물관과 공인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각기 1984년과 2012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책들은 주자본을 번각(飜刻)으로 거듭 새겨 냈기 때문에 책 전체에 걸쳐 칼자국이 나타나고 또한 후쇄(後刷)하여 나뭇결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새김이 매우 정교하여 저본이 된 금속활자본의 특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두드러진 것으로는 ① 글줄이 곧바르지 않고 좌우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여 삐뚤삐뚤하다. ② 글줄에서 글자가 유달리 옆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거나 쏠린 것이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 ③ 글줄에서 글자의 아래 획과 위 획이 서로 닿거나 엇물린 것이 없다. ④ 한 판의 동일한 글자에 같은 꼴과 크기의 것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글자 모양은 비교적 정연한 편이다.
위에서 든 특징 중 ①②③은 이 책들의 저본이 금속활자본임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④는 활자의 주조법이 조선시대의 관주활자(官鑄活字)처럼 활자의 모양과 크기를 똑같이 다량 생산하는 주물사(鑄物沙) 이용의 주조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래의 전통적인 밀랍 이용의 주조법에 의한 것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들 판본의 저본이 된 금속활자본은 무신정권이 강화로 천도하기 이전인 13세기 전기에 개경에서 간행된 것으로 생각되며, 따라서 초기의 금속활자본의 사례와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는 점에서 그 가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공인박물관 소장본에 대해서는 금속활자본 번각 목판본이 아니라 금속활자본이라는 견해가 일부 연구자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증도가」는 선종의 대표적 가송으로 저자인 현각은 중국 절강성 영가현 출신으로 어려서 출가하여 여러 경론을 섭렵하고 천태교관에 정통하였다. 천태종 제5조인 좌계현랑의 권유로은/‘권유로은’을 ‘권유로’로 수정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선종의 제6조로 일컬어지는 조계혜능을 찾아가 깨달음을 인정받았고, 이후 고향의 용흥사에서 선풍을 크게 진작하였다. 진각대사(眞覺大師)로 불리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지은 법천은 호는 불혜(佛慧)이며, 어려서 출가하여 효순선사(曉舜禪師)의 가르침을 이었고, 이후 대명(大明) · 천경(千境) · 영암(靈巖) · 남명(南明) 및 금릉(金陵)의 장산법천원(蔣山法泉院) 등에서 수도하고 대상국지해선사(大相國知海禪寺)의 종사(宗師)가 되었다. 이 책은 천경산에 있을 때 지은 것이다. /두 단락을 ‘#내용’보다는 ‘#저자’로 수정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판단이 어려워서 메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