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변화에 따라 몸을 숨기고 길흉을 택하는 용병술이다. 하도(河圖)·낙서(洛書)의 수(數) 배열원리 및 이를 이용한 ≪주역≫ 건착도(乾鑿度)의 구궁(九宮)의 법이 그 원형이다. 기문둔갑(奇門遁甲)으로 불리기도 하며 하도·낙서를 병진(兵陣)에 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도형의 진법은 주로 공격형으로 사용되는데, 전방·후방·좌방·우방·중앙은 각각 선발대·보급군·좌군·우군·중군으로 대응되며, 중군은 진(陣)의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에 또한 좌·우군을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하도·낙서는 원래 음양오행설을 적용시켜 만든 것으로 수의 배열은 음수와 양수로 되어 있고, 포진법(布陣法)은 동서남북 및 중앙으로 되어 있어서 음양의 화합과 오행의 상생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후세에 와서는 이러한 간단한 원리에 많은 이론을 첨가하여 복잡한 은신술로 변형시켰는데, 예컨대 십간 중 을·병·정을 삼기(三奇)로 하고 휴(休)·생(生)·상(傷)·두(杜)·경(景)·사(死)·경(驚)·개(開)를 팔문(八門)으로 하는 것 등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김유신(金庾信)의 고손인 암(巖)이 당나라에 유학가서 둔갑입성법(遁甲立成法)을 터득하였다고 하며, 귀국 후 이를 응용한 육진법(六陣法)을 백성들에게 가르쳤다는 기록이 ≪삼국사기≫김유신조에 보인다.
또한, 백제의 승 관륵(觀勒)이 역서·천문지리서와 함께 둔갑술을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 스이코천황(推古天皇) 10년(610)조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