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는 이를 ‘조릿 밥’이라 한다. 전라남도에서도 이것을 ‘조릿 밥’, 또는 ‘세성받이 밥’이라고도 한다.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대보름날은 쌀·보리·콩·팥·조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밥을 지어먹는데 이를 오곡밥이라 한다.
이웃끼리 나눠먹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습은 우리 나라 유풍으로 각 지방 농촌에서는 지금도 간간이 볼 수가 있다. 보름날 아침이면 아이들이 조리나 작은 소쿠리를 들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걸식하여 오곡밥을 한 숟갈씩 얻는다. 타성의 세 집 밥을 먹어야 그해의 운이 좋다고 하기도 하고, 백 집의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는 지방도 있다.
백 집 밥을 먹지 않으면 어린아이가 봄에 발병하고 몸이 마른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도 봄을 타서 살빛이 검어지고 야위는 아이는 백가반을 빌어다가 절구에 올라타고 개와 마주앉아 개에게 한 숟갈 먹인 다음에 자기도 한 숟갈 먹으면 다시는 그런 병이 도지지 않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지방에서는 조리에 오곡밥을 얻어다가 방앗고가 동쪽으로 향한 디딤 받침에 앉아 먹으면 명이 길고 그 해 잔병을 앓지 않는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제삿밥을 나누어 먹는 옛 풍속을 답습한 것”이라 하였으나 오곡밥의 5라는 길 수(吉數)가 무한대의 긴 것을 나타내고, 밥이 인간의 수명을 지속하게 하는 중요한 양식인 만큼 여러 집의 밥을 먹음으로써 여러 사람의 명을 빌려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생긴 주술적 행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