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길이 27.6m, 너비 4.5m. 돌을 쌓아 만든 무지개 모양의 다리로, 1723년(영조 5)에 순천 선암사(仙巖寺)의 스님인 초안(楚安)·습성(習性) 등이 놓았다고 전한다. 그 뒤 1737년과 1844년(헌종 10)에 수리하면서 고쳐 쌓았고, 1981년부터 1984년까지 4년에 걸친 보수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벌교라는 지명으로 보아,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놓기 전에는 뗏목을 이은 다리가 있었던 듯하다. 원래는 길이 80m, 너비 4m에 이르렀을 것으로 전하기도 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홍교 중에는 가장 규모가 크며, 지금도 사람들이 통행하는 다리로 사용되고 있다.
다리는 부채꼴 모양의 돌을 맞추어 둥근 무지개 모양의 홍예를 만들고서, 홍예와 그 위에 막돌을 쌓아 석벽을 만든 구조이다. 원래 홍예는 반원형이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현재는 아래부분이 갯벌에 묻혀 있어 전체적으로 활 모양을 이루고 있다.
3개의 홍예마다 천장 가운데부분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용 머리 모양의 돌[龍頭石]이 돌출되어 있는데, 다리의 아래부분을 향하고 있어 주목된다. 곧 다리의 천장 위에 용두석을 두는 것은 물이나 용과 관련된 민간신앙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용의 코 끝에 풍경(風磬)을 매달아 은은한 방울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전한다.
다리가 놓인 벌교천(筏橋川)에는 바닷물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썰물 때는 다리의 밑바닥이 거의 드러났지만 밀물 때는 다리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버렸다고 한다. 이 다리는 화려하고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풍기는 다리로, 주변 마을의 주민들이 60년마다 한 번씩 다리의 회갑 잔치를 열고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