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나이 31세에 완성하였다. 현재까지 활자본이 발견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아 미간행 또는 간행본의 산일(散逸)로 추측된다. 현전하는 필사본은 10여 종이 넘으며, 규장각도서본(4종), 영남대학교 소장본(3종), 계명대학교 소장본(1종), 개인 소장본(3종) 등이 전해져 온다.
2권 1책. 필사본. 이들 필사본은 형태와 체재가 한결같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분권하지 않은 것, 서(序)가 빠진 것 등 차이점이 있다.
권두에는 김진표(金震標) · 홍석기(洪錫箕) · 김득신(金得臣) · 홍만종의 서와 「소화시평제자목록(小華詩評諸子目錄)」이 있다. 상권 · 하권의 순으로 내용이 수록되고 이존서(李存緖)의 후발이 있다. 부록으로 「칠계창수록(漆溪唱酬錄)」이 있다.
상권이 41매 108단(段), 하권이 39매 97단으로 필사되었고, 212인에 대한 시를 평하고 있다. 그리고 서와 발을 제외한 본문이 임렴(任廉)의 『양파담원(暘葩談苑)』 제6책에 상하로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필사된 연도는 후발을 쓴 이존서가 언제 인물인지 정확하지 않아 확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개 후발이 쓰여진 해인 1895년 이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겸로(李謙魯)가 소장하고 있다.
『소화시평』의 내용은 우리 한시에 대한 광범위한 서술을 포괄하고 있다. 서두에서 고려 태조 이하 역대 제왕의 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을지문덕(乙支文德) · 최치원(崔致遠) 등으로부터 조선 후기 인물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차례대로 고찰하였고 그 사이의 경과를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시 비평은 가장 먼저 입지(立志)의 소재를 살피고, 그 다음에 수사(修辭)와 격률(格律)을 살핀다. 그 중에서 작품의 우열과 참과 거짓을 판단하여 시의 천심(淺深) · 공졸(工拙) · 청탁(淸濁) 등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요령이다.
시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의 기상이다. 그리고 기상의 이면에는 함축의 오묘함이 뒤따라야 한다.
시를 지을 때에는 뜻이 말속에 함축되어 있어야 아름답게 된다. 만일 말뜻을 바로 겉으로 나타내어 직설하고 축적해 둔 바가 없으면, 비록 사조(詞藻 : 말의 수식)가 매우 수려하고 지나치게 수식이 많다 해도 시를 참으로 아는 사람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 홍만종의 생각이다.
우리의 역대시인들이 지나치게 당시나 송시를 기준으로 하여 시를 배우고 창작에 힘쓴 나머지, 단순한 흉내나 표절에 불과한 시를 지어 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만 것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그와 동시에 시인들이 가장 금기로 하여야 할 것은 남의 글귀를 표절하는 것이라 하였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개성적인 성정이 있으므로 그 성정이 시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시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홍만종의 시평에 있어 주요점은 바로 송의 시풍을 배격하고 당풍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그리고 표절과 도습을 금기로 여겨 개성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당대의 보편적 흐름으로 보인다.
『소화시평』을 시비평사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른 비평서보다도 그 전문성 · 치밀성에 있어서 남다른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시화집이 있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시만을 중심으로 다룬 비평서는 찾기 힘들고 전문적인 비평가를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시화집은 엄밀한 의미에서 시비평집이라기보다는 시일화집(詩逸話集)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시와 관련된 신변잡기나 견문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만종은 역대시화를 집대성하여 전문적인 시평집인 『시화총림(詩話叢林)』을 편찬하였다. 그리고 그는 “처방을 모르는 의사가 병을 고칠 수 없듯이, 시인에게는 시평이 없을 수 없다.”고 하여 비평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던 사람이다.
이러한 시평정신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소화시평』이다. 따라서 『소화시평』은 그 어느 시평집보다 전문성을 띠고 있고 내용도 체계적 치밀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홍만종의 시 비평 방식은 여전히 종래의 경우와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시평 용어가 대체적으로 중국의 역대비평가들이 사용하였던 것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