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협(金昌協)의 권유로 위항시를 모아 편집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10년 동안 널리 수색하여 제가의 시고(詩稿) 가운데서 훌륭한 시를 뽑아 실은 것이다. 권두의 서문에 따르면, 홍세태는 시작(詩作)에 있어서는 신분의 고하가 문제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빈천하다 하여 작품이 세상에 전하지 않는 것을 슬프게 여겼다. 그래서 위항시선집을 간행한 것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육가잡영(六家雜泳)』은 동인지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 이것에 비하여 『해동유주』는 당시까지 약 200년간에 이름난 위항시인의 시를 망라한 본격적인 위항시선집이라 할 수 있다.
1책(45장). 한구자본(韓構字本). 규장각 도서에 있다.
『해동유주』에는 중종 때의 박계강(朴繼姜) · 정치(鄭致) · 유희경(劉希慶) · 백대붕(白大鵬) · 최기남(崔奇男) · 임준원(林俊元) · 유찬홍(庾纘洪) · 윤홍찬(尹弘璨) 등 총 48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인물이 활동하였던 시대순으로 각 인물마다 5언 · 7언 절구, 5언 · 7언 율시, 5언 · 7언 배율 등으로 작품이 배열되어 있다.
그 중 최기남의 시가 32수로 가장 많고 최대립(崔大立) · 최승태(崔承太)의 작품도 30수씩 실려 있다. 최기남은 『육가잡영』의 동인이다. 그리고 홍세태가 속한 낙사시사(洛社詩社)의 맹주인 임준원의 스승이므로 최기남의 시에서 홍세태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해동유주』에 수록된 인물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홍세태 당대의 주변인물들이다. 따라서 이 책은 홍세태 주변의 위항시인들의 동인활동을 바탕으로 하면서 좀 더 폭넓게 역대 위항시인의 작품을 포괄하여, 당시에 새롭게 성장한 위항시인들의 활동을 부각시키고 문학사적 위치를 확립시킨 시선집이다.
위항인의 시가 세상에 전해지는 것이 극히 드문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위항인의 시를 수집하여 그들만의 시집을 편찬하겠다는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편찬된 『해동유주』는 중인층의 시문학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문헌이다. 이로부터 위항문학이라는 명칭이 비로소 주목되었고, 우리의 문학사에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다. 『해동유주』는 위항시 계열의 시집인 『소대풍요(昭代風謠)』 · 『풍요속선(風謠續選)』 · 『풍요삼선(風謠三選)』 등의 효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