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05㎝, 가로 58㎝.
관음보살과 선재동자(善財童子: 求道의 보살 이름)가 대각으로 배치되고, 그 사이에는 수면이 묘사되며 관음보살의 배후에는 암굴을 암시하는 바위와 두 그루의 대나무가 그려진 수월관음도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
투명한 사라를 걸친 관음보살은 물 위로 솟아오른 암좌에 풀잎을 방석 삼아 측면관(側面觀: 옆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비스듬히 앉아 있다. 한쪽 발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반가좌의 자세로 한 손은 무릎 위에, 다른 한 손은 돌출한 바위 위에 얹고 있다. 관음보살과 사선으로 아래쪽 대안(對岸)에는 선재동자가 허리와 무릎을 약간 굽히고 합장한 채 관음보살을 우러러보고 있는 자세로 조그맣게 묘사되어 있다.
선재동자는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나오는 구도자이다. 53선지식(善知識)을 두루 찾아뵙고 맨 나중에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를 터득하고 아미타불국토에 왕생했다는 인물이다. 이 선재동자가 차례로 만나는 53선지식 가운데 28번째가 관음보살이다. 그 장면을 도상화한 것이 바로 고려의 수월관음도이다.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사이의 수면에는 산호와 연꽃이 흩어져 있다. 바위 뒤로 두 그루의 대나무는 잎에 비해 줄기가 굵은 편이다. 관음보살의 오른손 옆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凈甁)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수반(水盤)이 보인다. 관음보살의 왼발을 받치고 있는 작은 연화좌 옆에는 봉오리진 연꽃과 활짝 핀 꽃다발 표현이 화려하다.
이를 경도(京都) 천옥박고관(泉屋博古館)에 있는 서구방이 그린 수월관음도(1323년 작)와 비교한다면, 관음보살의 자세라든가 염주를 든 손, 착의법(着衣法), 장신구를 착용한 관음보살과 선재동자의 구성, 배경 묘사 등 전체적인 도상의 형식은 두 작품이 같은 계열에 속한다. 하지만 신체의 윤곽선을 따라 붉은 선염(渲染: 색칠할 때 한쪽을 진하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엷고 흐리게 하는 일)이 가해져 부피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얼굴도 둔중하다.
다소 경직된 경향을 보이는 이 수월관음도의 신체는 주색(朱色)에 호분(胡粉)을 섞은 살색으로 부드러운 피부의 질감을 살리고 있다. 그리고 어두운 갈색의 바탕색으로 인해 관음보살이 어둠 속에서 마치 달처럼 아름답게 빛나며 현신하는 것 같은 신비한 효과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