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문화쟁론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승려 원효가 불교 이론을 10문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불교서이다. 온갖 모순과 피아(彼我)의 대립, 시비의 쟁론이 모두 끊어진 절대 조화의 세계는 무쟁이다. 피아의 대립과 모순이 있는 현실에서 모든 대립과 모순 및 다툼을 조화, 극복하여 하나의 세계로 지향하려는 것이 화쟁사상이다. 원효는 이 『십문화쟁론』을 통하여 “백가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해시켜 일미의 법해로 돌아가게 한다(和百家之異諍 歸一味之法海).”라는 화쟁사상을 천명하였다.
2권 1책. 목판본. 원문은 상권 9 · 10 · 15 · 16의 4장과 불분명한 1장만 해인사(海印寺)에 남아 있으며, 그 뒤 최범술(崔凡述) · 이종익(李鍾益) 등이 원효의 다른 저술에서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화합을 이루기 위한 불교적 논리를 집대성한 원효사상의 총결산적인 저술이다. 부처님이 지향한 이론이 무쟁(無諍)의 세계임에 비하여 원효가 지향하는 이론이 화쟁임을 증명하고 있다.
온갖 모순과 피아(彼我)의 대립, 시비의 쟁론이 모두 끊어진 절대 조화의 세계가 무쟁이라면, 피아의 대립과 모순이 있는 현실에서 모든 대립과 모순 및 다툼을 조화, 극복하여 하나의 세계로 지향하려는 것이 원효의 화쟁사상이다.
원효는 근본 원리의 실상법(實相法)에 입각하여 불변(不變)과 수연(隨緣), 염(染)과 정(淨), 진(眞)과 속(俗), 공(空)과 유(有), 인(人)과 법(法) 등이 다 일법(一法) · 일심(一心) · 일리(一理)의 양면일 뿐 원래부터 서로 대립되고 양단된 존재도 이원적 원리도 아니라는 것을 논증한다. 즉, 상대적 세계의 차별은 불완전한 인식 때문이며, 철저한 불이사상(不二思想) 원리를 화쟁사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는 이 화쟁론에서 인간세계의 화(和)와 쟁(諍)이라는 이면성을 인정하면서, 이 화와 쟁은 정(正)과 반(反)에 집착하고 타협하는 합(合)이 아니라, 정과 반이 대립할 때 돌이켜 정과 반이 가지고 있는 근원을 꿰뚫어보아 이 둘이 불이(不二)라는 것을 체득함으로써 쟁과 화를 동화시켜 나가는 원리를 전개시키고 있다. 따라서 변증법적 불교논리 전개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십문으로 된 이 화쟁론의 제1문 「삼승일승화쟁론(三乘一乘和諍論)」은 화쟁의 총상(總相)에 해당한다. 삼승(三乘:聲聞乘 · 緣覺乘 · 菩薩乘)이 곧 일불승(一佛乘)이요, 무량승(無量乘)이 모두 일승이라고 한 것으로, 이는 오직 원효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일체 불법(佛法)이 곧 일불승’이라는 통불교사상(通佛敎思想)이라고 할 수 있다. 원효는 이러한 일승통불교사상에 입각하여 화쟁통교이념(和諍通敎理念)을 전개시켰으므로, 이것이 『십문화쟁론』의 총상이 된다.
제2문 「공유이집화쟁문(空有異執和諍門)」에서 밝힌 공과 유의 대립은 인도의 중관학파 · 유가학파, 중국의 자은법상종(慈恩法相宗)과 삼론종(三論宗)의 쟁점이 되어 수백 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원효는 과감히 공과 유의 무대립론(無對立論)을 전개하여 오랫동안 병폐로 남았던 양가(兩家)의 집착을 화해시켰다.
제3문 「불성유무화쟁론(佛性有無和諍論)」에서는 “일체의 중생은 모두 불성이 있으며, 모두가 마땅히 성불할 수 있다(一切衆生 悉有佛性 悉當成佛).”는 『열반경』의 설을 진실한 말씀이라 단정하고, 무성중생(無性衆生)의 성불을 강조하여 중생의 영원한 이상향을 제시하였다. ‘삼승즉일승(三乘卽一乘)’의 가르침이 여기에도 숨겨져 있다.
제4문 「인법이집화쟁문(人法異執和諍門)」에서는 주관적인 인간 존재와 객관적인 법(法)의 존재인 인과 법에 대한 불교계의 쟁점에 대하여 원효는 인과 법이 본래 공이지만 집착하면 병이 되고 놓아 버리면 그대로가 반야(般若)요 보리(菩提)이며 열반(涅槃)이라고 보았다. 원효는 이 원리를 이론적으로 변증하였을 뿐 아니라 실제적인 체험의 방법으로써 교시하였다.
제5문 「삼성이의화쟁문(三性異義和諍門)」은 그 원문이 마멸되어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원성실성(圓成實性)과 의타기성(依他起性)과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의 삼성에 대한 이론(異論)을 화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6문 「오성성불의화쟁문(五性成佛義和諍門)」에서는 성문정성(聲聞定性) · 연각정성 · 보살정성(또는 如來定性) · 부정승성(不定乘性) · 무성천제(無性闡提)의 오성 중에서 부정승성과 보살정성만이 성불할 수 있다는 그 때까지 견해에 대하여, 원효는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성불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함일 뿐 진실한 말이 아니라고 보았고, 부처가 될 수 있는 종성(種性:깨달을 수 있는 성품)이 끊어진 무성천제(無性闡提:깨달을 수 있는 성품이 없음)까지도 결국에는 성불한다고 주장하였다.
제7문 「이장이의화쟁문(二障異義和諍門)」의 문제에 대하여 원효는 특별히 『이장의(二障義)』를 지어서 여러 학파의 주장을 은밀의(隱密義)와 현료의(顯了義)로 판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제8문 「열반이의화쟁문(涅槃異義和諍門)」에서는 열반의 바른 뜻을 밝혔다.
제9문 「불신이의화쟁문(佛身異義和諍門)」에서는 인연 따라 생멸하는 육신과 금강불괴의 법신(法身)을 말하고,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는 불신(佛身)의 영원과 무상이 분리되지만, 평등하고 원만한 깨달음에서는 영원과 무상을 따로 내세울 수 없다는 화쟁론을 설정하였다.
제10문 「불성이의화쟁문(佛性異義和諍門)」에서는 불성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을 회통시켰다.
이상과 같이 원효는 이 『십문화쟁론』을 통하여 일미불법(一味佛法)의 세계로 돌아갈 것을 선양, “백가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해시켜 일미의 법해로 돌아가게 한다(和百家之異諍 歸一味之法海).”라는 화쟁사상을 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