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불교사상은 종파·사상에 관계없이 모두가 성불의 길로 회통한다는 불교 교리이다.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는 중국에서 10여 종으로 분파하였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각 학파·종파를 그대로 수용하였기에 혼돈이 매우 심하였다. 원효는 만법일심·삼계유심의 원리를 깨닫고 모든 교리가 마침내 하나의 마음의 근원으로 귀일된다는 회통 불교를 주창하였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선수행도 하고 교학도 공부하며, 관음신앙, 약사신앙, 미륵신앙 등도 적성에 따라 공부를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불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통불교적 특징이다.
1,600년을 통한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적 전통의 특수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통불교라고 할 수 있다.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조선불교(朝鮮佛敎)』에서 평하기를, “ 인도 및 서역의 서론적 불교와 지나의 각론적(各論的) 불교에 대하여 조선에서는 결론적 불교를 건립하였다.”고 하였다. 이는 특히 원효(元曉)의 통불교사상에 입각하여 평한 것으로 인도의 원천적 불교, 중국의 분파적(分波的) 불교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회통적(會通的) 불교라고 표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승과 소승, 현(顯) · 밀(密) · 선(禪) · 정(淨)의 모든 교리는 인도에서 출발하였으므로 인도불교는 원천적 불교이고, 그 모든 불교가 중국에서 구사(俱舍) · 성실(成實) · 삼론(三論) · 법상(法相) · 율(律) · 천태(天台) · 화엄(華嚴) · 선(禪) · 정토(淨土) · 진언(眞言) 등 10여 종으로 분파되어 각기 그 특색을 발휘하였으므로 중국불교를 분파불교라고 정의하였다.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로 전파된 불교는 중국적인 각 학파 · 종파를 그대로 받아들였으므로, 수용함에 있어 혼돈이 매우 심하였다. 삼론과 같이 공(空)을 최고의 교리로 하는 종파는 유식법상(唯識法相)의 상종(相宗)을 비난하였고, 천태나 화엄과 같이 성(性)을 최고 이념으로 하는 학파에서는 공종과 상종을 비난하며 참된 불교가 아니라고 하였다.
더욱이 소승인 구사 · 성실은 대승불교를 비난하고, 대승인 삼론 · 법상 · 화엄 · 천태는 구사 · 성실이 소승이어서 이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대승과 소승, 공(空) · 성(性) · 상(相)의 학파가 서로 내 것이 옳고 다른 것이 그릇되다고 하여 시비와 모순과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이때 원효는 만법일심(萬法一心) · 삼계유심(三界唯心)의 원리를 깨닫고 대승과 소승, 공 · 성 · 상의 모든 경전의 교리가 마침내 하나의 마음의 근원으로 귀일된다는 원리를 체득하여 회통불교를 주창하였다. 소승이나 대승, 공의 진리나 법상 및 법성(法性)의 교리가 필경 하나로 돌아가지만, 부처는 그 근기(根機)와 때에 따라 소승 · 대승 · 공 · 성 · 상을 설하게 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특히 원효는 『법화경종요(法華經宗要)』에서, “대소승의 삼승(三乘)이 마침내 일승성불(一乘成佛)의 길로 돌아갈 뿐 아니라, 모든 범부 · 외도(外道)까지도 최후에는 또 하나의 성불의 길로 돌아온다.”고 하였고, ‘무량승(無量乘)이 다 일승(一乘)이요, 불교의 5,000권 경론(經論)이 하나의 부처가 되는 길을 가르친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통불교사상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즉, 중국에서 전개된 여러 학파나 종파불교를 지양하고, 하나의 성불의 길로 회통하는 불교를 후세의 학자들이 통불교라고 한 것이다.
최남선은 원효를 ‘통불교의 건립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효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에서 대승 · 소승 및 공 · 성 · 상의 교리에서 서로 모순되고 논쟁이 되는 문제 가운데 가장 핵심되는 열 가지 문제를 뽑아, 그것이 겉으로는 서로 모순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정연한 이론으로 체계를 세워, 불교 전반에 대한 근본 진리를 깊이 추궁하여 불교의 근본 교지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 뒤 400여 년을 지나 고려의 의천(義天, 1055-1101)은 교에 입각하여 선(禪)을 포섭하고 융합시키는 운동을 하였고, 의천보다 50여 년 뒤에 출현한 지눌(知訥, 1158-1210)은 선에 입각하여 교를 포섭하여 선 · 교 합일의 원칙에서 통불교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뒤 고려의 불교는 의천을 개조(開祖)로 하는 천태종(天台宗)과 지눌을 개조로 하는 조계종(曹溪宗)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갔다. 또한 조선 태종 때는 고려 말에 존립하였던 11종을 7종으로 만들고, 세종은 7종을 다시 선교양종(禪敎兩宗)으로 만들었으며, 휴정(休靜, 1520-1604) 때는 교종마저 선종으로 통합되면서 단일종파의 불교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불교는 조계종과 태고종(太古宗)이 대종을 이루고 있지만, 조계종과 태고종은 모두 선수행도 하고 교학도 공부하며, 율 · 밀교 · 정토교(淨土敎)를 그 취미에 따라서 다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관음신앙 · 약사신앙 · 미륵신앙 등 적성에 따라 공부하고 있다. 이것은 오직 우리나라 불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통불교적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