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종요(法華經宗要)』는 『묘법연화경』의 핵심 요지를 여섯 문으로 나누어 해석하여 일승실상의 뜻을 밝힌 저술이다. 『법화경』의 대의는 부처님이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세상에 출현하여 중생을 깨닫게 하기 위해, 삼승을 방편으로 시설하는 삼승방편(三乘方便)의 문을 열어 일승진실(一乘眞實)을 보이는 것이라 한다. 근본 가르침은 일승실상이며, 경을 설하는 주체의 작용은 삼승방편의 문을 여는 개(開)와 일승진실의 모습을 보이는 시(示)로 나누어 설명함으로써 원효의 일승적(一乘的) 화회(和會) 정신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법화경종요』는 분량은 얼마 되지 않으나 그 내용은 매우 짜임새 있게 간추려져 있으며 독창적인 해석이 많다. 원효의 86여부(『한국찬술문헌총록』) 저술 중 중요한 것의 하나로 꼽힌다. 원효는 『법화경』뿐만 아니라 다수의 경론에서 그 종지의 요긴한 뜻을 종요의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법화 관계 저술로는 『법화경종요』 외에 『법화경방편료간(法華經方便科簡)』(1권), 『법화경요략(法華經要略)』(1권), 『법화약술(法花略述)』(1권)이 불전 목록에 보이지만 저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원효는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세상에 출현한 큰 뜻이 구도사생(九道四生)이 다 함께 한 도에 들어가는 일불승의 큰 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화종요』 1권은 현재 『대정신수대장경』 34권에 수록되어 있고, 『동문선(東文選)』 제83권에는 『법화경종요서(法華經宗要序)』가 들어 있다. 『한국불교전서』 제1책에서 이 2본을 교감하여 실었다. 『대정장』 수록본 『법화종요』는 일본 인화사(仁和寺_京都市) 소장 1283년 등초본(謄抄本)의 필사본이며, 『동문선』 소재 서문은 순천 선암사(仙巖寺) 목판본(1매)이다. 『법화종요』는 『신편제종교장총록』 권제1, 『화엄종장소병인명록』, 『고산사성교목록』, 『지나찬술석경부』(『동양문고논총 제10 부록』) 목록에 수록되어 있다.
『법화종요』의 구성은 전체를 6문으로 나누어, 첫째, 법화경의 큰 뜻을 대의로 밝히고[述大意], 둘째, 경의 종지를 밝히며[辨經宗], 셋째, 일불승에 들어가는 작용이며[能詮用], 넷째, 제목을 해석하고[釋題名], 다섯째, 법화경 교의의 섭수됨을 밝히며[顯敎攝], 여섯째, 경문의 뜻을 풀이함[消文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열반경종요(涅槃經宗要)』의 2문이나 『무량수경종요(無量壽經宗要)』의 4문보다는 자세하고, 『미륵상생경종요(彌勒相生經宗要)』 10문보다는 작으며, 『대혜도경종요(大慧度經宗要)』와는 같은 6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6문은 『묘법연화경』의 대의(大意), 종지, 일불승의 작용, 경제(經題), 교판(敎判), 해석[消文]을 한 것이다. 이 중에 소문은 풀이가 없다.
첫째, 대의에서는 『법화경』이 어떠한 경인가를 밝히고 있다. 원효는 『법화경』이 시방삼세 제불이 세상에 나타나신 큰 뜻과 모든 중생이 모두 다 들어가는 하나의 길을 밝힌 넓은 진리의 문이라 하고, 깊고 넓은 이치가 별개의 것이 아닌 오직 하나인 큰 사건이므로 진리를 열어 보여서 깨달아 들어가게 하고자[開示悟入] 이 경을 설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세 가지 종류의 부처님 가르침이나, 모든 부처님의 몸이 다 동일한 부처라는 이치와, 이 세간(世間)과 열반(涅槃)이 결코 대립되며 유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는 이치를 지적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중생[四生]이 다 부처의 아들이라는 것과 이승(二乘)도 다 성불할 수 있다는 진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법화경』에서는 문 밖에 양과 사슴과 소가 끄는 세 가지 수레를 두는 비유로 들고 있다고 하였다. 원효는 또 ‘묘법’이란 거친 것을 떠난 궤도, 즉 진리를 말함이며, ‘연화’란 물들지 않은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둘째, 경의 종지[宗]를 밝힌 부분에서 원효는 이 경이 밝히고자 하는 종은 “광대하고 심심(甚深)한 일승(一乘)의 실상(實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일승의 실상을 능승인(能乘人)과 소승법(所乘法)의 둘로 나누었다. 능승인에는 삼승의 행인[三乘行人]과 네 가지 부류의 성문, 삼계(三界)의 모든 중생들이 다 포함되는데, 그들이 다 “능히 일불승(一佛乘)을 탈 수 있는 사람들이며 모두 다 불자요, 다 보살”이라고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다 불성(佛性)을 갖고 있어서 장차 불(佛)의 자리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며, 나아가 무성(無性)의 유정(有情)들조차도 다 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는 여기서 『보운경(寶雲經)』과 『법화경』의 방편품 및 비유품의 말씀을 들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승인이 타야할 바의 법으로는 일승의 이[一乘理]와 교[一乘敎], 일승의 인[一乘之因]과 과[一乘之果]의 네 가지를 들었다. 즉 일승을 이(理)와 교(敎), 인(因)과 과(果)의 네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원효는 이 일승의 이치를 곧 일법계(一法界)라 하고, 그 다른 이름이 법신(法身)이요, 여래장이라고 하였다. 일승교에 대하여는 ‘시방삼세 일체제불이 성도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에 설하신 모든 말씀과 가르치심’이 다 일승교라고 하며, 방편품을 인용하면서 제불이 무량무수 방편으로 종종인연 비유언사로 중생들을 위해 연설하신 제법이 다 불승(佛乘)이라고 하였다.
일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성인(性因)과 작인(作因)의 둘로 나누어 전자는 일체중생이 가지고 있는 불성(佛性)을, 그리고 후자는 일체중생의 선근(善根)을 지적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모든 선근은 다 불성에서 나와 그 본원으로 한결같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일승의 결과에 대해서도 원효는 본유과(本有果)와 시기과(始起果)의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원효는 본유과를 법불보리(法佛菩提)라 하고, 시기과를 보불보리(報佛菩提)와 응화보리(應化菩提)라고 하고 있다.
셋째, 경의 작용[用]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 원효는 『법사품(法師品)』에서 “일체보살의 아뇩보리(阿耨菩提)가 다 이 경에 속한다. 방편문(方便門)을 열어서 진실상(眞實相)을 보여 준다.”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이 경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작용[用]을 밝혀 준다고 하였다. 원효는 작용에 열어서[開] 보임[示]의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곧 이는 삼승방편의 문을 여는 것을 말하고, 일승진실의 상(相)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원효는 여는 뜻에는 열리는 문[所開之門]과 여는 작용[能開之用]의 둘로 나누어 전자를 삼승교라 하며 그 삼승(三乘)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여는 작용에 대해서도 역시 보임[所示]과 능히 봄[能示]의 둘로 나눠 설명한다. 먼저, 보임[所示]이란 보여 줄 내용으로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면, “보임[所示]의 진실상(眞實相)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승인(一乘人)의 법으로서 법상(法相)이 상주(常住)하고 도리(道理)가 구경(究竟) 하여 천마(天魔)도 외도도 능히 파(破)할 수 없는 것이며, 삼세의 제불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한 상(相)이라 이름하니, 셋도 아니요 하나도 아니며, 인(人)도 아니요 법(法)도 아니며 도무지 얻는 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관(正觀)을 일컬어 진실구경일승(眞實究竟一乘)”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보여 주어야 할 진실상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정관’이라 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능시(能示)의 작용을 “제불은 오직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시었다.”라는 경구를 근거로 하여 원효는 개(開)와 시(示)의 두 가지 작용이 있다고 하였다. 개와 시의 작용을 함께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방편문을 열어[開] 진실상을 보여 주는[示] 작용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① 용삼위일(用三爲一)은 삼승의 교를 이용하여 일승의 교로 삼는다. ② 장삼치일(將三致一)은 저 삼승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일승의 과에 이르도록 한다. ③ 회삼귀일(會三歸一)은 옛날에 설하였던 삼승의 인과를 다 모아서 근본인 일승의 이(理)에 환귀(還歸) 하도록 한다. ④ 파삼입일(破三立一)은 삼승 하나하나에 따로따로 집착하는 것을 파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결같이 일승의 정신으로 되돌아 서게 한다.
넷째, 경의 제명(題名) 풀이에서, 원효는 먼저 이 경 이름의 범음(梵音)이 ‘살달마분다리수다라(薩達摩分陀利修多羅)’임을 밝히고, 이것이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으로 옮겨졌음을 말한 다음, ‘묘법’에는 교묘(巧妙) · 승묘(勝妙) · 미묘(微妙) · 절묘(絶妙) 등의 네 가지 뜻이 있음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연화’의 상징적인 의미와 여러 가지 연꽃에 대하여 설명하여, 경의 제목 속에 담긴 뜻을 명백히 밝혔다.
다섯째, 교판상의 위치를 밝힌 부분에서 『법화경』이 요의경(了義經)이냐, 불요의경(不了義經)이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원효는 두 가지 설이 있음을 말하였다. 하나는 불요의경이라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요의경이라는 설인데, 이 둘 중 어느 것이 옳으냐 하는 논의를 전개한 후, 원효는 이 『법화경』을 요의경이라고 결론지었다.
여섯째, 경문의 뜻을 풀이함[消門義]은 『법화경』에 대한 주석으로 보이는데, 현재 전해지지 않아서 실제 저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인지, 소실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신라시대 법화 관계 저술 약 13부 중에서 원효의 『법화경종요』와 의적(義寂)의 『법화경론술기(法華經論述記)』 2(혹은 3)부가 전하여 고대 삼국 신라시대 법화 사상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중에서 『법화경론술기』는 『법화론』의 주소로써의 한계가 있는 데 비해, 『법화경종요』는 원효의 법화경 사상을 잘 드러낸 중요한 저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