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부부의 어울무덤〔合葬墓〕이나 가족묘로 사용된다.
경주의 고신라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과 영남지방의 가야 구덩식돌덧널무덤〔竪穴式石槨墳〕 등 매장주체부가 구덩식의 덧널이나 돌덧널로 되어 있는 고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내부구조가 구덩식 널로 된 고분은 한 널 안에 추가장이 불가능하므로, 부부나 가까운 가족을 함께 묻어야 할 경우에는 먼저 죽은 부부나 가족의 무덤 봉토 내에 따로 널을 추가해나가거나, 인접해 새로운 고분을 만들어 서로 연결시켜 여러널무덤을 만든다. 여러널무덤으로 가장 발달된 형태는 고신라의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형식이 있다.
① 바깥둘레돌로 둘러싸인 한 묘역 안에 여러 기의 널이 평면적으로 배치된 고분이다. 경주 황남동 미추왕릉지구 제5구역 14∼16호분, 제12구역 3∼10호분, 계림로 48∼53호분 등이 전형적인 예이다.
이 형식의 고분들은 지상에 봉토가 없이 지하에서만 유구가 발견된다. 한 묘역 안에 3∼9기의 널들이 질서정연하게 설치되었다. 널의 규모가 작고 널 안에서 소량의 토기와 몇 점의 철제품이 출토된다.
② 선후(先後)로 축조된 2기 이상의 널이 각기 별도의 바깥둘레돌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각 널의 둘레돌이 차례로 일부씩 겹치거나 연결된 고분이다. 황남동 미추왕릉지구 제9구역 A호 파괴고분, 미추왕릉 전지역 A지구 3호분 등이 그 예이다.
이 형식의 고분들도 지하에서만 유구가 발견된다. 2∼5기의 고분이 평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토기와 철제품 외에 금귀걸이·유리구슬·목걸이 등의 꾸미개, 철제 발걸이〔鐙子〕와 말띠드리개〔杏葉〕 등의 말갖춤, 철제무기가 출토된다.
③ 한 봉토 내에 2기 이상의 널이 설치된 봉토분으로 이미 축조되어 있는 고분에 인접해 널을 새로 설치하고 봉토를 하나로 덮거나, 기존 묘의 봉토 속에 널을 추가한 것이다. 황남동 109호분, 황오동 33호분 등이 그 예이다.
2, 3기의 널이 수직적으로 또는 고저 차이가 심하게 배치되었다. 귀걸이와 목걸이 외에도 금동관, 은제 관장식, 은제 허리띠〔銙帶〕 등의 꾸미개가 출토되기도 한다. 말갖춤도 발걸이와 꾸미개 외에 철판을 댄 안장틀이 나오고, 칼집과 손잡이를 은으로 장식한 긴칼〔大刀〕도 출토된다.
④ 보통 표형분(瓢形墳)이라 불리는 것으로 피장자가 안치된 널 1기씩이 설치된, 축조시기가 다른 봉토분 2기를 서로 연결시켜 축조한 쌍무덤〔雙墳〕이다. 두 고분이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는 예가 많고 남쪽은 남자묘, 북쪽은 여자묘로 되어 있어 부부묘로 추정된다. 고분 규모와 출토유물에 있어서 소형분과 대형분의 차이가 크다.
황오동 1·14호분 등은 소형분으로 금·은·금동제 꾸미개, 안장틀을 비롯한 금동·은으로 장식된 말갖춤과 긴칼, 청동제 그릇 등이 출토된다.
서봉총(瑞鳳塚)·황남대총(皇南大塚) 등은 대형분으로 금관, 금제 허리띠, 띠드리개〔腰佩〕를 비롯한 금·은·금동으로 장식된 말갖춤과 무기, 귀금속그릇·유리그릇·칠기 등 가장 호화스런 유물이 출토된다.
여러널무덤의 각 유형은 피장자들의 사회적 신분에 따른 것이 분명하여, 상위신분일수록 단순한 구조의 쌍무덤을 썼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래 여러널무덤과 홑무덤을 시기적인 차이로 보고 여러널무덤에서 홑무덤으로 발전되었다고 생각해왔으나, 홑무덤도 피장자의 신분에 따라 규모와 출토유물이 각기 달라서 홑무덤고분과 여러널무덤을 시기적인 차이로 볼 수는 없다.
가야지역에서는 달성·성주·고령 등지의 고분에서 여러널무덤을 볼 수 있다. 한 봉토 내에 2기의 구덩식돌덧널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2기의 돌덧널은 거의 같은 규모로서 부부묘로 추정되며 나란히 배치된 예가 많지만, T자형으로 배치된 예도 있다.
그런데 고령 지산동 제44호분·45호분의 경우는 중앙에 대형 돌덧널 2기를 설치하고 그 주변으로 돌아가면서 소형 돌덧널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다. 이 고분들은 순장의 성격을 가지는 여러널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