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삼베 바탕에 채색. 세로 6.15m, 가로 5.8m. 해숙(海淑), 한일(漢日), 처린(處璘), 수탁(守卓) 등 7명의 화사(畵師)가 1690년(숙종 16)에 그렸다. 1725년에 화사 원각(圓覺) 비구가 중수(重修)했으며 1987년에 새로 표구했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내리어 땅을 가리키는 손 모양)의 석가불좌상을 중심으로 8대보살, 10대제자,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 사천왕 등이 둥글게 에워싼 군도식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이다.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도상화한 영산회상도는 괘불탱의 가장 대표적인 도상이다. 군도식 영산회상도는 괘불탱의 전형적인 형식으로 권속의 축소를 거치면서 석가불 독존, 삼존, 오존 형식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통견(通肩: 어깨에 걸침)의 석가불은 안정된 신체에 적절한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얼굴은 큰 편이다.윤곽선만으로 나발(螺髮: 소라 껍데기처럼 틀어 말린 모양의 머리카락)을 암시한 머리에 중앙 계주(中央髻珠)가 표현되었고 둥그스름한 육계(肉髻: 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에 정상 계주(頂上髻珠)가 장식되었다. 석가불은 키 모양의 광배(光背: 회화나 조각에서 인물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머리나 등 뒤에 광명을 표현한 둥근 빛)를 지니고 높은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
연꽃을 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보관(寶冠)에 각각 화불(化佛)과 정병(凈甁)을 모신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등의 8대보살은 모두 지물(持物: 부처, 보살, 천왕들이 손에 지니고 있는 물건)을 들고 있다. 제석천은 화관을 쓴 보살의 모습이며, 범천은 원유관(遠遊冠)을 쓰고 홀(忽)을 들었다. 이처럼 왕의 복장을 한 범천은 충청남도 장곡사 미륵불괘불탱(長谷寺彌勒佛掛佛幀, 1673년)에서 존명을 확인할 수 있다.
승복을 걸친 십대제자 중 백발의 가섭(迦葉)과 푸르스름하게 깍은 머리인 아난존자(阿難尊者)를 석가불 가까이에 배치하였다. 석가불의 두광(頭光: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 좌·우에 나타난 타방불(他方佛)은 불상의 머리 모양을 했으나 가사(袈娑)를 걸쳤다.
땅딸막한 체구의 사천왕은 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문천왕(多聞天王)과 광목천왕(廣目天王)은 합장하고, 지국천왕(持國天王)은 검(劍), 증장천왕(增長天王)은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다. 사천왕은 협시보살, 제석천과 범천 등의 권속보다 좀 더 작게 표현되었다.
녹색으로 바탕을 엷게 칠하고 밝고 부드러운 붉은색과 녹색을 위주로 하여 감색, 황색, 흰색, 검은색 등을 화사하게 배합했다. 법의(法衣: 중이 입는 가사나 장삼 따위의 옷)의 둥근 보상화문과 금채(金彩)한 내의(內衣), 신광(身光: 부처나 보살의 몸에서 발하는 빛)의 보상화문이 화려하다. 불·보살상의 신체는 금채와 유사한 황색, 이외의 권속은 살색으로 처리되었고 뺨은 홍조를 띤 것처럼 표현되었다.
왕과 왕비, 세자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이 괘불탱은 세심한 필선의 형태 묘사, 파스텔 톤의 채색, 정밀한 문양 등이 조화를 이루어 차분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