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黃順元)이 지은 장편소설. 제1부는 ≪현대문학 現代文學≫ 1968년 5월호에서 10월호까지, 제2부는 ≪현대문학≫ 1970년 5월호에서 1971년 6월호까지, 그리고 제3부와 제4부도 ≪현대문학≫ 1972년 4월호부터 10월호까지 각각 연재되었다. 그 뒤 1973년삼중당(三中堂)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고, 전집으로는 1973년에 삼중당과 1980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각각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작가의 사상적 원숙기에 쓰인 문제작의 하나로서, 근대에 유입된 기독교 사상이 우리 나라에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민간신앙인 무속적인 주술성과 통합되는 현상을 깊이 파헤치고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농업 기사인 준태, 전도사를 거쳐 목사가 되었다가 교회로부터 추방되는 성호, 민속 연구가인 민구 등 세 사람이다.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를 종교적인 차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이들 세 인물의 삶은 각각 특이한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준태는 일정한 삶의 근거를 갖지 않고 유랑인처럼 살아가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스승의 부인을 사랑했던 기억을 원죄처럼 지닌 채 살고 있는 성호는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구도자의 길을 걷는다.
이 두 사람의 삶과는 달리 현실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민구는 교회에도 나가고 무속신앙에도 빠져들며 신의 세계와 인간의 삶을 대비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한국인의 종교적 삶을 분석하였고, 나아가 삶과 관념 및 도덕적 질서와 욕망 사이의 괴리 현상도 높은 시적 통찰로 밝혀내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종교적 삶의 문제를 가장 밀도 있게 다룬 기념비적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