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순(田炳淳)이 지은 장편소설. 1961년≪한국일보≫가 모집한 장편소설 현상모집에 입선된 작품으로, 1962년 3월 6일부터 10월 19일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뒤 1963년에 국제문화사(國際文化社)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나약한 듯하면서도 강한 여교사 강서경을 중심으로 여순반란사건에서부터 휴전에 이르기까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어느 날 평화롭던 Y시에 반란사건이 일어난다. 사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누구든지 일단 빨갱이로 몰리면 영락없이 죽고 마는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린다.
여교사 강서경과 혜련은 학생들과 함께 공포에 떨면서 생활하는데 윤동휘의 소식이 알려지지 않아 걱정한다. 강서경과 혜련이 다같이 좋아하고 있는 윤동휘는 좌익도 우익도 아닌 회색분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강서경은 그녀가 ‘고릴라’라고 부르는 임 중령으로부터 겁탈을 당할 뻔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아주 미묘한 사이가 되는데, 임 중령은 강인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강서경을 좋아하고, 강서경 또한 그가 싫은 것은 아니다. 강서경과 혜련은 임 중령의 도움으로 Y시를 떠나게 된다. 그때 윤동휘도 몰래 같이 데려가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여순반란사건이 진압된 후, 다시 6·25사변이 터지게 된다.
강서경은 세파에 시달리다 임 중령과 결혼하고, 혜련은 윤동휘와 결혼하게 되다. 그러나 윤동휘는 강서경을 못잊고 있었고 그녀 또한 점차 마음이 동요되어 남편 몰래 그를 만나고 마약 장사도 도와주면서 힘겹게 살아나간다. 그후, 남편이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게 된다. 강서경은 남편의 병석 옆에 서서 ‘인생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사의 격동기 속에서 삶과 사랑과 민족의 분열, 사상의 갈등을 끈기 있게 추구한 작품이다. 여성적 섬세성이 신문소설의 제약성을 어느 정도 극복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여류작가가 민족사를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 1962년 여류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