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책. 활자본. 1824년(순조 24) 저자 자신이 간행하였고, 권두에 자서와 유한준(兪漢雋)·권상신(權常愼)이 쓴 서문이 있다. 책명을 ‘영해처감록’이라 한 것은 저자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하던 당시에 기록하였다는 뜻이다. 규장각 도서·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있다.
당시 제도상 유배생활 중에는 소리내어 독서하는 것을 금하였기 때문에, 저자는 무료한 나날을 독서 대신 시작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 책은 시 635수로 구성되어 있다. 대개 정조시해음모사건에 연루된 억울하고 울분한 심정, 유배지에서 명절을 맞이하였을 때의 감회, 그리고 제주도 특유의 풍속·경물·기후·인정 등을 읊은 것들이다.
또한, 고인들의 적중음(謫中吟)을 차운한 것이 많고, 시제 중에는 자도(自悼)·견민(遣悶)·원회(寃懷)·비원(悲寃)·객한(客恨)·축한(逐恨)·비신세(悲身世)·적중유감(謫中有感) 등 주로 자신의 불우한 신세를 비탄하는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은 한라산을 읊은 「망한라산(望漢拏山)」 33수와 제주도의 모든 풍경을 읊은 「탐라잡영(耽羅雜詠)」, 그밖에 「설월(雪月)」·「침상(枕上)」·「청두우(聽杜宇)」·「추흥(秋興)」 등 어디에서나 나타나 있다.
권상신은 서문에서 “이 시집의 시가 하나같이 괴롭고 슬프고 원한에 싸여 있으면서도 오히려 어딘가 비등(飛騰), 호장(豪壯)의 기상이 있고, 고고(枯槁)·최절(摧折)의 뜻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였다.